북미정상회담 불씨 살린 문재인…"김정은-트럼프 중재자"

입력 2018-05-27 13:18   수정 2018-05-27 14:02



문재인 대통령이 닷새 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모두 만나 위태로워 보였던 6·12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려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26일에는 김 위원장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한 달 만에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나흘간의 시차를 두고 북미 정상을 직접 만나며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의 주요 분기점인 북미정상회담 정상 개최에 공을 들여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순항하던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난기류를 만난 상황에서 다시금 북미대화의 중재자이자 촉진자로서 북미 간 오해를 불식할 수 있는 계기를 지치지 않고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명운을 가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가 종전과 비교할 때 최우선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문가들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해 내달 12일로 예정됐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되살리면서 '북미 중재자'로서 흔들렸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27일 연합뉴스를 통해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제일 큰 메시지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문재인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보여준 것이며 남북 간 신뢰가 깊다는 점을 다시 과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교수는 "남북 정상이 이렇게 자주 만나는 것은 신뢰가 없으면 쉽지 않으며 양측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번영에 강한 신뢰를 하고 있음을 반영한다"면서 "미국이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 대해 회의감을 보였던 것을 단숨에 불식시키면서 한국은 중재자이자 당사자임을 분명히 각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을 열고자 하는 남북 최고지도자들의 강한 열망과 함께 남북 정상이 격의 없이 만날 정도로 신뢰가 깊다는 메시지를 미국과 중국에 보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만나자고 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 서한에서 마음이 바뀌면 연락하라고 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 판문점 회동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 확인해준 셈"이라고 봤다.


문 교수는 "특히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은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트럼프 방식'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보였고 북미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성의 표시도 했다"면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번 회담으로 지난달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인 남북고위급회담을 재개하기로 함으로써 남북관계도 정상으로 돌아오게 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회동을 요청했다는 것은 중국이 아닌 한국을 통해 북미 채널을 가동하겠다는 의사 표시"라면서 "남북정상간 육성 또는 직접 만남을 토대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교감하는 남북미 간 삼각 대화의 정형을 만들어 놓은 셈이 됐다"고 풀이했다.

김동길 베이징대 한반도평화연구센터 교수는 "북미 간에 문제는 현찰과 어음 관계로 보면 된다"면서 "상대방에게 현금을 먼저 내고 어음을 받으라며 신경전을 벌여온 상황인데 사실상 어음을 받아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한국이라는 연대 보증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북미 모두 상대방이 먼저 하는 걸 보고 나서겠다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한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과 적대를 청산하고 경제를 돕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고, 북한 또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계획이 있다는 걸 미국에 전달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보증한 셈"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은 예전보다 더 잘 될 것이고 문 대통령도 싱가포르로 가서 남북미가 함께 종전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으로서는 핵 포기는 생존을 위한 최후의 카드를 버리는 셈이라 중국, 한국 등에 끊임없이 보증을 받으려고 해왔으며 이는 당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이라는 최후 카드를 버리는 것인데 미국은 '제2의 리비아' 등을 언급하며 체제보장 등에 대한 약속을 하지 않으니 결국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다시 미국의 진심을 타진했을 것이고 문 대통령이 '제삼자 보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미정상의 약속 이행을 담보하는 것이 한국의 역할"면서 "북미 양자 간에 불신이 많아 김 위원장은 한국 등을 연대 보증인으로 세우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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