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때 오빠들과 함께
레슨 받으며 거리 욕심 키워
장타에 정확성까지 겸비
잠재력 드러내며 깜짝스타로
KLPGA 다승왕 경쟁 시동
[ 조희찬 기자 ]
이다연(21·메디힐)은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캐디들이 가장 함께하고 싶어 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잠재력을 눈여겨본 캐디들이 그의 가방을 메고 싶어했다. 그는 앞서 열린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에서 마지막 날 우승 기회를 잡았다가 17번홀(파4) 더블보기로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우승을 노크했다.
이다연이 세 개 대회 만에 다시 찾아온 우승 기회를 이번엔 꽉 움켜쥐었다. 그는 27일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E1채리티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해 2위 그룹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개인 통산 2승째다.
이다연은 우승 상금으로 1억6000만원을 받았다. 올 시즌 누적상금 2억6000여만원을 기록해 상금 순위가 4위까지 올라갔다. 아홉 개 대회 만에 지난해 상금(2억1460만원)을 훌쩍 넘어서며 개인 단일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경신했다.
이다연은 “이번 우승이 남다른 이유는 지난 교촌 대회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당시 혼자 긴장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주위를 덜 의식하려고 노력했고, 내가 목표한 타수를 치려 집중하니 긴장이 빨리 풀렸다”고 말했다. 또 “기회가 왔을 때 잡았으면 했는데 잡았고, 상반기에 우승이 나온 만큼 남은 시즌도 집중해서 더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빠들과 함께 치며 습득한 장타
키가 157㎝인 이다연은 지난해 KLPGA 투어 팬텀클래식 with YTN 대회에서 첫 승을 거뒀다. 주변에선 그에게 ‘슈퍼 땅콩’이란 별명을 지어주려 했다.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땅콩이란 단어에 작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자신의 체구가 부각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다연의 드라이브 비거리는 그의 체구와 비례하지 않는다. 그는 270야드를 넘는 드라이브 비거리로 장타가 큰 키에서 나온다는 선입견을 깨뜨렸다.
이다연은 장타가 남자 선수들을 따라 하다가 나왔다고 했다. 친오빠와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공을 강하게 치기 시작했다는 미국의 렉시 톰슨을 연상하게 한다. 그는 “초등학교 때 같이 레슨받는 학생 중 여자는 나 혼자였고 매일 오빠들이 나보다 수십 야드는 멀리 보내는 걸 보고 거리 욕심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여자 프로골퍼의 평균 스윙 속도는 시속 90~95마일(144~152㎞)이다. 이다연은 100마일(160㎞) 가까이 속도를 내 공을 멀리 보낸다. 지난해에도 비거리 순위는 상위권이었지만 정확성이 부족했다.
정확성까지 겸비해 올 시즌 내내 우승 두드려
장타에 정확성이 겸비되자 이다연은 올 시즌 참가하는 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꼽혔다. 지난 시즌과 180도 다른 평가다. 100위 밖이던 페어웨이 적중률이 올 시즌에는 10위권까지 도약했다.
그를 괴롭히던 부상에서도 완벽히 벗어난 모습이다. 이다연은 지난해 초 훈련 중 왼쪽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완벽히 회복했다. 원래 정확하던 아이언 적중률은 올 시즌 약 80%로 더 올랐다. 지난해 시즌 중반에 가까스로 복귀하고도 여유롭게 시드 유지를 했던 그다.
이다연은 올해 국내에서 열린 KLPGA 투어에서 매치플레이대회를 제외하곤 모두 12위 안에 드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주 첫 승을 신고하며 막혔던 ‘혈’을 뚫었다. 다승은 시간 문제라는 평가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압도적 플레이
이다연은 이날 1타 차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안고 최종 라운드에 돌입했다. 두산매치플레이 준우승을 차지하며 승부사 기질을 뽐낸 김아림(23·SBI저축은행)이 바로 밑에서 추격했다. 장하나(26·비씨카드)도 2타 밑에서 역전 우승을 노렸다.
이다연은 개의치 않고 3번홀(파5)과 4번홀(파4) 연속 버디로 리드를 굳건히 했다. 경쟁자 김아림은 같은 두 홀에서 연속 보기로 미끄러졌다. 이다연은 9번홀(파4)과 10번홀(파4)에서도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일찌감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아림은 마지막 세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최종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오지현(22·KB금융그룹)과 공동 2위를 차지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오지현은 이날만 이글 1개와 버디 8개(보기 1개)로 9언더파를 몰아쳐 중위권에서 공동 2위로 올라서는 저력을 뽐냈다.
이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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