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28일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날씨예보가 나오면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미세먼지 문제는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후보들마다 미세먼지와 관련된 공약을 앞다투어 내걸었고 유권자들은 그 어느 공약보다 이 공약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만큼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올 상반기에는 예년에 비해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가 크게 늘었다. 프로야구에는 '우천취소'가 아닌 전례가 없던 '미세먼지 취소'라는 사유로 경기가 연기된 적도 있고 환경 관련 기업들은 가치가 크게 늘었다.
이제는 비가오면 우산을 쓰듯, 미세먼지 주의보에 따라 마스크 휴대 여부도 챙겨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마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대기오염 사정이 훨씬 낫다. 일찍이 경제발전을 이뤄 대기오염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한 번 거쳤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하고 유독가스 배출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대기관리에 나선 결과다.
이렇게만 본다면 일본인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일본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일본은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돼있을 정도로 '미세먼지=마스크'라는 개념이 없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미세먼지가 아닌 어떤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걸까.
일본의 마스크 시장은 10년 사이에 5배 이상 늘었다. 후지경제마켓정보에 따르면 일본의 가정용 마스크 시장은 2016년 기준으로 약 2800억 원을 돌파했으며 이는 2005년 기준으로 약 3배가 증가한 수치다.
과거 봄철 미세먼지나 꽃가루, 유행성 질환에 대응하기 위해 착용했던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절과 장소와 무관하게 마스크를 착용하는 추세로 진화한 것이다.
일본에는 '다테마스크'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을 대할 때 '혼네'(진짜 마음)와 '다테마에'(가짜 마음)로 나눠서 대하는데 '다테마스크'는 바로 이 '다테마에'에서 온 말이다. 마스크를 쓰면서 얼굴을 가리고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하는 일본인 특유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이러한 현상에 반영된 것이다.
심지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외출을 하지 못하는 '다테마스크 의존증'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일본 지하철에서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펼치고 얼굴을 가리는 사람, 일본 카페의 칸막이 문화 등 타인과의 교류를 거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스크 착용 열풍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한편, 한국도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만 원대의 고가 마스크가 등장했는가 하면 편의점에는 각종 기능성 문구를 앞세운 마스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보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중국에서는 애완견에 착용하는 마스크까지 등장했다.
한·중·일 모두 마스크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일본인들의 마스크 착용이 시사하는 바는 그 성격이 다르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중국과는 달리 일본인들의 마스크 착용은 정신건강과 연관성이 깊다는 점이다. 이를 보면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일본과 같이 '미세먼지가 많은 날만 마스크를 쓴다'는 개념은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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