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갑 기자 ]
러시아 서쪽 벨라루스공화국 출신인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은 생전에 1·2차 세계대전과 조국의 혁명, 나치의 탄압 등으로 종종 강제이주 혹은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고향 비텝스크에서 친구 소개로 만나 사랑한 아내이자 평생의 뮤즈인 벨라 로젠펠트의 죽음까지 더해지면서 한때 그의 인생은 상실의 연속이었다. 이처럼 인종적, 종교적, 정치적 연유로 잦은 망명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죽는 순간까지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화가의 꿈을 접지 않았다.
1979년 말 완성한 작품 ‘길 위에 붉은 당나귀’는 이런 기억을 순수한 아이 같은 상상력으로 그린 작품이다. 붉은 당나귀를 타고 고향을 떠나는 아내 벨라와 딸 이다를 품에 안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몽환적으로 그렸다. 고향의 푸른 공기와 사랑, 동물을 끌어들여 역경과 불행을 밝고 화려한 행복으로 승화한 역설의 미학이 산소처럼 청량하다. 삶과 예술에 의미를 주는 하나의 색이 있다면 바로 사랑과 고향의 색이라고 외쳤던 그의 미학론이 귓전에 생생하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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