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
[ 은정진 기자 ] “강효 교수님이 판을 짰고, 정명화·정경화 선생님이 판을 펼쳐 놓았죠. 저는 평창까지 찾아오는 많은 관객에게 어떤 음악으로 보답할지만 고민하고 있어요.”
제15회 평창 대관령 음악제의 3대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손열음 감독(사진)이 첫 감독 데뷔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29일 서울 한남동 일신홀에서 열린 평창 대관령 음악제 기자간담회에서다.
손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다. 2011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국제무대에서 조명받고 있다. 한창 연주에만 집중하기도 모자란 시기에 평창 대관령 음악제의 예술감독이란 중책을 맡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손 감독은 “지난 15년 동안 현악기를 연주해온 선생님들이 감독을 맡았다”며 “음악제를 새롭게 이끌어가기 위한 인재로 정명화·정경화 선생님이 피아니스트인 저를 가장 많이 추천해주셨기에 이 자리까지 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강원도 출신이라 스스로 이 음악제에 대한 애착이 매우 크다”며 “2011년 이후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연주자와 부음악감독으로 음악제에 참여해왔다”고 덧붙였다.
국내외에서 자유롭게 연주 활동을 하던 33세의 피아니스트가 예술감독으로 처음 부임해 음악제를 준비한 기분은 어떨까. 손 감독은 “피아노가 혼자 연주하는 악기 같지만 실은 다른 악기와의 조화를 생각해야 하는 악기”라며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힘을 모아야 하기에 이런 음악제에 감독으로 참여하는 일이야말로 혼자 연주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시작한 평창 대관령 음악제는 강원도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음악 축제로 성장했다. 올해는 7월23일부터 8월5일까지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리조트 내 콘서트홀과 뮤직텐트를 비롯한 강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손 감독은 올해 음악제의 달라진 점 두 개로 ‘오케스트라’와 ‘다양성’을 꼽았다. 그는 “매년 잠깐씩 모여서 공연했던 오케스트라였지만 올해부터는 정식 오케스트라로 음악제를 이끌어간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클래식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목표”라며 “전문적 지식이 없는 관객들도 흥겹게 즐길 수 있는 동네 잔치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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