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휘 기자 ] 오세정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치인 중 한국 과학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서울대 자연대학장을 지냈고, 정부에 과학기술과 관련한 자문을 오랫동안 해오다 20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입법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4차 산업혁명 등 과학기술의 진보를 이해하는 정치인답게 그의 입법 발의는 주로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빅데이터산업 육성을 위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낸 게 대표적인 사례다.
5월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지난 28일 오 의원은 의외의 ‘소신’으로 주목받았다. ‘소상공인생계형적합업종 특별법’ 통과를 위한 표결에서 유일하게 오 의원만 반대표를 던졌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202명으로 찬성이 194명, 기권은 7명이 나왔다. 반대 이유에 대해 오 의원은 “경제학의 기본을 감안해 투표했을 뿐”이라고 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되는 등 통상 마찰의 우려가 있는 데다 이미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또다시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소상공인적합업종제도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당론으로 밀어붙인 법안이다. 어묵, 순대 등 생계를 위해 소상공인들이 주로 영위하는 업종에까지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중소기업 포함)이 들어오는 것은 맞지 않다는 정서가 훨씬 강했다. 이른바 ‘따뜻한 시장경제’론(論)이 ‘시장경제 만능주의’를 압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인간의 본성과 본원적인 기질을 중시한다는 전통적인 보수주의 관점에서 보면 약자에 대한 보호는 보수의 중요한 가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온통 녹색(찬성표)으로 물든 국회 본회의장 표결 전광판은 국회가 대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대중 민주주의로 치닫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작은 정부’를 줄곧 주장해온 자유한국당조차 기권 6명(김용태·김진태·송희경·윤상직·최연혜·추경호 의원)이 나왔을 뿐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과학인’ 오 의원은 전화 통화 말미에 이렇게 말하며 헛헛하게 웃었다. “경제학을 전공한 분들이 국회에 꽤 많아서 적어도 이분들은 반대표를 낼 줄 알았다.” ‘경제통’을 자처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다들 어디로 갔나.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