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선거법 위반 1200여건
'위헌' 결정난 공직선거법
6건은 국회에서 개정 안해
[ 배정철 기자 ] 광주광역시의 한 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A후보는 얼마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길거리 홍보 때 피켓에 목줄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소품이나 표찰 등은 몸에 붙이거나 입거나 지녀야 한다(공직선거법 68조)’는 규정 위반 여부가 논란이 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퀴즈’처럼 복잡하게 규정돼 있어 유권자의 선거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고도 아직 개정이 안 된 27건의 미개정 법령 중 ‘공직선거법’이 총 6건이나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만 2건이 위헌 결정을 받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어깨띠의 규격(선거법 68조 제1항)까지 정해놓는 등 금지되는 행위를 일일이 열거하고 있다. 현역 장병들은 국가 공무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후보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좋아요’를 누르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하지만 위반 여부가 모호하게 돼 있어 선거법이 언제든지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13 지방선거’와 관련해 선관위에 접수된 위반 신고는 지난 24일 기준으로 이미 1200건이 넘었다. 선관위는 기부행위(295건), 인쇄물(247건), 허위사실공표(182건) 순으로 많았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 중 168건을 고발하고 27건을 수사의뢰했다.
선거법의 복잡함에 대해선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공직선거법이 사실상 형법과 같은 기능을 하면서도 처벌 요건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비판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94년 공직선거법이 통합·제정된 뒤 현재까지 총 69차례의 개정을 거쳤지만, 오히려 ‘누더기 법’이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선거법 때문에 후보자들과 유권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 활동에 대한 규제가 많다 보니 선거법이 복잡하게 구성됐다”며 “선거에는 공정성이란 측면도 중요하지만, 규제가 과도하면 유권자의 의사표현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6·13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전이 31일 시작된다. 9000여 명의 후보자들은 공직선거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다.
후보자와 배우자, 선거사무원은 31일부터 어깨띠나 표찰 등을 착용하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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