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법이 바뀌어야 소비자들이 더 좋은 맥주를 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사진)는 31일 서울 연남동 제주맥주 팝업스토어 오픈 기념 간담회에서 "주세법 구조가 수입맥주에 유리하게 돼 있어 국내 맥주업체들이 역차별을 받는 구조"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 주세법은 알코올 도수가 아니라 완제품 출고 가격에 세금을 매기도록 규정하고 있는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다. 원료인 주정은 물론 술에 들어가는 첨가 재료, 병과 포장재, 마케팅 비용까지 다 포함해 세금을 매긴다.
국내 맥주회사들이 수입맥주를 들여와 대신 판매해 수익을 보전하거나, 해외에서 생산을 고려하는 이유다. 반면 수입 주류 세법은 수입 업자가 신고한 가격에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국내 맥주업체들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수 년 전부터 나오고 있다.
더욱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은 지난 1월부터 무관세가 시작됐고, 유럽도 오는 7월부터 관세가 없어진다.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종가세 대신 알코올도수에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종량세를 도입하면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맥주회사들이 혜택을 입는 대신 소주 가격은 지금보다 오를 가능성이 높다.
문 대표는 "일부 소비자들이 저희 맥주가 왜 수입맥주보다 비싸냐고 묻는다"며 "수입맥주와 대비해 국내 맥주사들에게 공평한 주세법이 만들어진다면 소비자들이 더 좋고 신선한 맥주를 좋은 가격에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맥주의 가격이 싸 소비자들이 신선하게 마셔야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는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현행 종가제에서 종량제로 주세법 구조가 바뀌면 국내에서 생산한 크래프트 맥주도 수입 맥주와 비슷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강조했다.
권진주 제주맥주 마케팅실장은 "수입맥주와 차별화된 세금 구조 때문에 크래프트 맥주 업체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품질의 맛있는 맥주는 수입맥주라는 사회적 통념이 있지만 수입맥주는 생산 후 뜨거운 적도를 지나 2~3개월이 지나 국내에 도착한다"며 "맛있는 맥주일 수 있지만 좋은 맥주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제주맥주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제주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의 생산시설((연간 최대 맥즙 생산량 2000만L)을 보유하고 있는 맥주회사다. 제주맥주는 그동안 제주에서만 판매하던 '위트 에일'을 이달부터 전국으로 확대 판매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제주맥주는 현재 CU와 GS25 두 곳인 편의점 채널을 다음달 세븐일레븐까지 더해 총 3개로 확대하고, 대형할인점에도 내달 대부분 입점할 예정이다.
수도권 공략을 위한 팝업스토어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도 다음 달 24일까지 운영한다. 제주도의 문화와 색채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꾸며졌다.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바, 제주맥주 MD상품을 판매하는 굿즈숍, 제주 바다를 모티브로 한 라운지 등으로 구성됐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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