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 터시 지음 / 문세원 옮김
KMAC / 367쪽 / 1만6000원
[ 은정진 기자 ] 긴 시간 출퇴근 중이거나 약속시간 30분 전처럼 짬이 날 때 우리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한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루평균 80번가량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거실을 차지한 TV가 우리의 여가시간을 점령했듯 모바일 기기는 우리 일상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집어들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할 뿐이지만 상당수 기업은 우리도 모르게 그 자투리 시간을 통해 수익을 낸다. 이들은 우리가 버려진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그 짧은 찰나에 각종 상품과 앱(응용프로그램), 구독 서비스 등을 던지며 우리의 일상을 슬금슬금 ‘식민지화’한다.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이선 터시는 이 같은 현상을 ‘틈새경제’라고 이름 붙였다. 틈새경제는 사람들이 막간의 시간 동안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이 ‘모바일 활동’이라는 점에서 시작한다.
책은 사람들이 버려진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보다는 그 버려진 시간을 쓰는 사람들을 이용해 기업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를 분석했다. 넷플릭스, 유튜브 레드와 같은 회사들을 예로 든다. 이들은 무료 영상을 던지면서도 유료 구독이 더 편하고 좋다는 점을 유도해 자투리 시간을 유료 영상 시청으로 메우라고 유혹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들도 뉴스피드와 같은 인터페이스로 모바일 탐색을 단순화해 쉬는 시간 친구들과의 사적인 소통 중에도 자연스럽게 광고를 노출한다. 웹툰 업체들은 퇴근시간 즐겨 보던 만화의 다음 편을 이어보기 위해 무심코 1000원짜리 모바일 구독권을 결제토록 권유한다.
사람들은 미디어 업체에 의해 길들여진 모바일 사용 습관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그 습관을 수익으로 연결하려는 미디어 회사들의 노력을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어쨌거나 모바일 사용자는 그 대가로 문화, 정보, 오락 등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 때우기 도구’를 받기 때문이다. 저자는 새로운 시장을 찾기보다는 사람들의 버려진 시간 안에 더 큰 기회가 있고 이 시간을 가치 있게 하는 기업들의 활동이 틈새경제를 받치는 힘이라고 말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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