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지혜 기자 ] 처음엔 호기심이었습니다. 실로 매듭을 지어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 수 있다니, 쉬는 날 빈둥거리지 말고 한 번 가볼까 하는 마음. 그런데 웬걸. 푹 빠져서 그날로 18만원어치 재료를 온라인으로 주문해버렸습니다. ‘마크라메’ 얘깁니다.
마크라메(macram)는 장식술이라는 뜻의 아랍어(migranah)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실을 꼬아 매듭을 지어 만든 장식품을 마크라메라고 합니다. 주로 벽을 장식하는 월행거, 화분이나 드라이플라워를 걸어두는 행거로 많이 활용하죠. 요즘엔 색실로 짠 마크라메 가방과 팔찌도 인기라고 하네요.
제가 마크라메를 처음 접한 건 1주일도 채 안 됐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돌아보다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이 운영하는 ‘올모스트홈쉐어’ 공간에서 마크라메 일일 체험 클래스를 연다는 걸 보고 심심풀이로 신청했더랬죠. 나름 ‘선착순 5명’ 안에 들었다는 쾌감도 살짝 느끼면서.
지난 27일 경리단길에 가서 3만원을 주고 배운 마크라메는 제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4.5㎜ 두께의 아이보리색 면사를 나무봉에 걸어 세 종류의 매듭을 배웠습니다. 스퀘어, 하프 히츠, 스파이럴 매듭까지. 2시간이 지나는 줄도 모르고 푹 빠져 매듭을 짓다 보니 멋진 월행거가 완성되더군요. 뭐 조금은 어설프기도 했지만 매듭이라는 게 투박하면 투박한 대로, 꼼꼼하면 꼼꼼한 대로 저마다 매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날 불참자가 있어 남아있는 재료를 사들고 집에 돌아왔죠.
두 번째 작품(?)은 더 빨리 완성됐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뒤져 화분걸이 디자인을 찾았죠. 기본 매듭을 알고 나니 어떻게 할지 한눈에 보이더군요. 초집중해서 1시간여 만에 화분걸이 1개(사진) 뚝딱. 손가락은 살짝 빨개졌지만 순식간에 저를 집중하게 만드는 마크라메의 매력이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요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라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아무 잡념 없이 매듭에만 집중해 뭔가 그럴듯한 작품을 내 손으로 만들어냈다는 그 만족감이라니.
특히 소모적인 삶에 지친 사람들에겐 확실한 결과물이 보상으로 주어지는 취미가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요즘 ‘호모 메이커스’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만들기’에 꽂힌 사람들이 많아졌다죠.
면실을 굵기별로 고르고 나무 봉과 중간에 끼울 장식품, 드림캐처를 만들 원형틀과 깃털, 선물용으로 만들 키링홀더 등을 담다 보니 18만원을 훌쩍 넘은 장바구니. 제 지갑은 홀쭉해졌지만 마음만은 풍성한 요즘입니다.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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