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경 기자 ] 매부리코에 부리부리한 눈, 풍성한 눈썹과 콧수염, 한일(ㅡ)자로 꽉 다문 입. 진한 먹물을 붓에 듬뿍 먹여 더 굵고 빠른 선으로 호방하게 쳤다. 꾹 눌러 홱 잡아채는가 하면 그대로 날렵하게 삐쳐내고 느닷없이 벼락같이 꺾어낸다. 조선 중기 화가 김명국의 작품 ‘달마도’ 얘기다. 이 호쾌한 선들은 매서운 기운과 고매함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는 예부터 전해지는 우리 고유의 그림들을 통해 여기에 담긴 다양한 화법과 조상들의 지혜를 살펴본다. 저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했으며 중앙대와 연세대 등에서 겸임교수를 지낸 고(故) 오주석이다.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 그는 2005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그가 1999년 펴낸 책을 새롭게 꾸며 재출간한 것이다. 미완의 비장미를 담고 있는 윤두서의 ‘자화상’, 서민의 신명을 표현한 김홍도의 ‘씨름’과 ‘무동’, 올곧은 선비의 자화상인 이인상의 ‘설송도’ 등 다양한 옛 그림을 다루고 있다.
요즘처럼 외양이 화려해진 시대에 우리는 옛 그림의 소중함을 모른 채 그냥 지나치곤 한다. 하지만 관심을 조금만 기울이면 그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 저자는 “옛 그림을 한 점 두 점, 한 획 두 획 그린 이의 손길을 따라 보고 있노라면 거기에 담긴 조상들의 마음결도 한 자락, 두 자락 드러난다”며 “비록 세월의 때를 타서 좀 어두워졌거나 일부 상했을지라도 그 속에 담긴 정다움과 반듯함, 의젓한 심지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오주석 지음, 신구문화사, 1권 272쪽, 2권 240쪽, 각각 2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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