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고위급회담 마친 폼페이오 "중대한 진전… 새로운 미래 김정은 결단 필요"

입력 2018-06-01 06:35   수정 2018-08-30 00:00

2시간20분만에 끝난 폼페이오-김영철 회담
이틀째 회담 당초 하루종일 예상했으나 조기 종결

폼페이오,“예정했던 주제 모두 소화… 72시간 동안 중대한 진전“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김영철 1일 백악관 방문 친서 전달
트럼프 “매우 긍정적 메시지 기대… 정상회담 2~3번 필요할 수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지난 72시간 동안 (미·북간에 협상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달 12일로 예정돼 있는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하루 종일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미·북 고위급 회담을 2시간20분만에 조기 종결지었다. 그는 “예정했던 주제를 모두 소화했다”며 “그러나 아직 많은 일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김영철은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폼페이오, 김정은의 결단 강조

회담 이틀째인 이날 회담은 전날 만찬에 이어 뉴욕 맨해튼 38번가 코린티안 콘도미니엄에 있는 주(駐)유엔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오전 9시 5분께부터 오전 11시 25분까지 2시간 20분간 이뤄졌다. 당초 오후 1시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었으나 90분 먼저 끝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회담은 ‘4+4’형태로 진행됐다. 미측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시 김 위원장 접견에 배석했던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 임무센터(KMC)장과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국과장등이 북측에서는 대미외교 주요 실무자인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이 배석했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회담이 일찍 끝난 것은 양 쪽이 진전을 이루는데 교착 상태에 빠진 결과가 아니다”라며 “회담은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후 2시15분 뉴욕 팰리스호텔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지난 72시간 동안 (미북미 협상에) 큰 진전이 이뤄졌다.그러나 아직 많은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72시간’은 뉴욕 고위급 회담은 물론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진행돼 온 양측간 실무접촉 시간을 모두 아우른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와 판문점 회담도 앞서 종결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발언은 김영철과의 회담에서 내달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조건 마련에는 어느정도 의견접근을 이뤘으나 미국이 원하는 확실한 비핵화 에는 미흡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빠른 비핵화에 나서면 ‘통 큰’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제공하는 일괄타결 방식을, 북한은 비핵화 단계단계마다 보상이 이뤄지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식을 각각 주장해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앞서 지난 30일 “양측간에 비핵화 이슈와 관련한 입장차가 여전히 크다”면서도 해결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전략적 변화를 숙고하고 있고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합의하려면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며 이번 기회를 흘려버리는 것은 비극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은 그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지도자이며 앞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간 우리는 그것이 이뤄질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비핵화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북한에 안전보장에 대해 확신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정책에서 한미일 3국간 공조여부에 대해서는 “물샐 틈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상회담 2~3번 필요할 수도”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이 김정은의 친서 전달을 위해 워싱턴DC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내일(1일)이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지 안열릴지 알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그건 모르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텍사스로 모금행사를 떠나기 위해 전용기에 탑승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그들(북한 대표단)이 금요일(1일) 아마 내가 기대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워싱턴DC로 올 것”이라며 “친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 지를 확인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텍사스주(州)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도 “김 부위원장이 친서를 갖고 백악관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에 뭐라고 적혀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면서도 “그것(친서 내용)은 매우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북한 정부의 고위 인사가 미국의 수도를 방문하는 것은 2000년 북한 조명록 차수 이후 18년 만이다. 그해 10월 10일 조 차수는 국무부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면담한 뒤 백악관으로 가 빌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당초 예정대로 다음 달 12일 열리길 희망한다면서 “회담을 위한 절차들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이 의미가 있길 원한다. 그것은 한 번의 회담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아마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회담)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북한 비핵화가 핵심인 6·12 미북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하게 하겠다는 의지와 더불어 만약 북핵 담판에 이어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위해 추가로 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에 미사일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 폐기와 더불어 핵무기를 미국으로 실어나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그는 북한 비핵화가 실행 가능한 한 빨리 돼야 하며, 미국이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간 만찬이 진행되는 도중 기자들에게 “북한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체제안전 보장을 기꺼이 제공하고 뿐만 아니라 북한이 경제적 번영을 누리도록 기꺼이 도와줄 것”이라며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목표에 대해 행동과 확실한 약속을 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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