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 뺀 가격도 매력
[ 박종관 기자 ] 처음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로장주(마름모)’ 엠블럼이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일반 모델에 르노의 고유 엠블럼을 단 차량을 선보인 것은 2000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클리오는 르노삼성에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존재다. ‘삼성’이라는 이름을 떼고 차의 경쟁력만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인하는 데뷔 무대이기 때문이다. 차를 몰아본 결과 일단 합격이다.
르노의 소형 해치백(후면이 납작한 5도어 차량) 클리오를 타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출발해 올림픽대로와 곤지암 나들목을 거쳐 경기 광주의 한 레스토랑까지 약 70㎞ 구간을 달렸다. 동료 기자에게 먼저 운전석을 맡기고 보조석에 앉았다. 확실히 좁았다. 클리오의 전장(길이)은 4060㎜로 쉐보레의 경차 더 뉴 스파크(3595㎜)보다 길지만 현대자동차의 소형 세단 엑센트(4370㎜)보다는 짧다. 체구가 큰 성인 남성이 편안하게 앉기에는 비좁아 보였다. 시트를 뒤로 젖히기 위해선 동그란 다이얼을 손으로 돌려가며 각도를 조절해야 했다.
실내는 아쉬웠지만 운전석에 앉아 몰아본 클리오의 주행성능은 만족스러웠다. 1.5L 디젤 엔진과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를 장착한 클리오는 최고 출력이 90마력, 최대 토크는 22.4㎏·m다. 힘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속 100㎞ 이상 고속 주행에서도 버거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날카로운 조향 성능도 기대 이상이었다.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승차감에는 물음표가 남았다. 포장 상태가 좋지 않은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자 노면이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달됐다. 매끈한 도로를 달릴 때와 전혀 다른 차를 타는 기분이었다. 저속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힘주어 밟자 차가 꿀렁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수동변속기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 DCT를 적용한 차량의 단점 중 하나다.
주행을 마치고 확인한 연비는 L당 18.9㎞. 공인 복합연비는 L당 17.7㎞다. 고속도로 구간이 길었지만 차량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급가속을 거듭한 점을 고려하면 연비만큼은 확실히 우수했다. 차량 가격은 트림(세부 모델)별로 1990만~2320만원으로 프랑스 현지 가격보다 1000만원가량 낮게 책정됐다. 합리적인 가격에 프랑스 감성과 운전의 재미를 누리고 싶은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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