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경제 살릴테니 맡겨주이소"… 상대 텃밭서 '金의 전쟁'

입력 2018-06-01 17:49  

6·13 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 - 경남지사

취약지역 표심 공략 '승부수'
김경수, 김태호 고향 거창 방문
김태호는 김해·양산서 집중 유세

유권자 '드루킹 특검' 엇갈린 반응
젊은층 "선거에 영향 없을 것"
중장년층 "특검 결과에 따라
지역 혼란 가져올게 뻔한데…"



[ 김해연 기자 ]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일.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남의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는 상대 진영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김경수 후보는 보수 색채가 강한 거창을 시작으로 산청 합천 진주로 이어지는 ‘서부 경남’ 표심 공략에 나섰다. 거창은 김태호 후보가 군수를 지낸 ‘적진’에 가깝다. 진주는 김경수 후보가 초·중·고교를 나온 제2의 고향이지만 서부 경남에서도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김 후보는 “서부 경남이 살아야 경남 전체가 산다”며 “어젯밤 제가 자라고 어머니 본가가 있는 진주에서 잠을 청하면서 이 숙제를 더욱 고민했다”며 진주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이날 거창 중앙시장 유세를 지켜본 한 의류업체 직원 신모씨(46)는 “김 후보를 처음 봤는데 세련된 이미지가 너무 좋았다”며 “드루킹(민주당원 댓글조작 의혹) 사건만 잘 넘기면 도지사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 자신을 김태호 지지자라고 밝힌 김모씨(56)는 “경험도 없는 후보가 대통령을 등에 업고 나왔다”며 “김태호는 군수, 도지사, 국회의원 등을 거치고 역경도 이겨낸 베테랑”이라고 평가했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전에서 ‘경남 경제 살리기 적임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날 출정식 장소를 조선업 위기를 겪고 있는 거제로 잡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거제 삼성중공업 근로자 권모씨(46)는 “조선업을 살리는 데 경남지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크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대통령과 가까운 후보가 되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미루는 금융권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며 힘 있는 여당 후보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RG는 조선사가 주문받은 배를 건조하지 못하면 선주사에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고 금융회사가 보증하는 것이다. 위기에 내몰린 거제 지역 조선사들에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경남은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2015~2016년 2년 연속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물러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거제 고현시장의 한 횟집 사장은 “선거 기간 ‘반짝’ 경기라도 살아나 손님 구경 좀 했으면 좋겠다”고 불경기를 하소연했다.


전날 서부 경남의 핵심 지역인 진주에서 출정식을 연 김태호 후보는 이날 김해 양산 등 동부 경남을 찾는 ‘동진’ 행보에 나섰다. 이들 지역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민주당세가 강해지고 있는 곳이다. 김해는 김경수 후보의 직전 지역구이고 양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자택이 있다. 이날 창원터널 앞에서 유세에 나선 김 후보는 “경남의 끝에서 대한민국의 앞을 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권력과 지지율에 취해 경남을 석권하겠다고 하지만 경남이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며 “아무리 미워도 경남만은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드루킹 사건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도 심해지는 양상이다. 김태호 후보가 김경수 후보를 겨냥, “선거가 끝나면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하자 김경수 후보 측은 “결국 기댈 곳이 네거티브밖에 없냐”고 되받았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 사이에도 이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김경수 후보를 지지하는 젊은 층 유권자는 “드루킹은 공작”이라며 “경남지사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마산어시장에서 만난 60대 상인은 “(김경수 후보는) 특검 결과에 따라 지역에 혼란을 가져올 게 뻔하다”며 “그런 후보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드루킹 사건과 김경수 후보의 연계 의혹에 대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판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MBC경남이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5월29~30일 여론조사한 결과(응답률 4.4%, 95% 신뢰 수준에 표준오차 ±3.4%포인트) 김경수 후보는 55.9%, 김태호 후보는 32.4%를 기록했다. 지지율 격차가 1주일 전의 20.2%포인트에서 23.5%포인트로 소폭 커졌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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