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은 그 나라 기후·자연 한눈에 파악
유럽·아프리카 식물원 관련 책도 펴내
식물원은 힐링 넘어 미래 자원의 '寶庫'
[ 구은서 기자 ]
신구대 식물원을 조성하기 위해 이 대학 이숭겸 총장은 해외 각국의 식물원을 둘러봤다. 식물원 전시관에는 이 총장과 교직원들이 직접 방문한 식물원들을 표시한 세계지도가 걸려 있을 정도다.
이들이 10여 년간 방문한 식물원은 6개 대륙, 45개국, 300여 곳에 달한다. 일본,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유수 식물원은 물론 유럽, 아프리카 식물원들에 대한 글을 써 두 권의 책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전정일 신구대 식물원장은 “평소 휴가로 해외여행을 가도 그 나라 식물원은 꼭 둘러본다”며 “한 나라의 역사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알기 위해 박물관에 가듯이 식물원은 그 나라의 기후와 자연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유수 대학들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식물원을 가꿔왔다. 1343년 설립된 이탈리아 피사대는 교육의 질을 보증하는 교황 인증을 받은 유럽 최초의 대학 중 하나다. 1544년 메디치가문 코시모 공작은 이 대학에 식물원을 세웠다. 피사대 식물원은 전 세계 최초의 학술적 식물원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한 정원에 관한 기능을 넘어 식물생태에 관한 교육과 연구를 강조하며 식물학부 학장이 초기 단계부터 식물원 구성을 맡았다. 1787년 심은 은행나무와 목련은 피사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지금까지 살아있다. 16세기에 만들어진 원형 분수 등 이탈리아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250여 종의 다육식물이 있는 다육식물 온실도 유명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식물원은 찰스 다윈의 스승인 존 스티븐스 헨스로 식물학과 교수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8000여 종의 희귀 식물이 계절을 바꿔가며 꽃을 피우고 낙엽을 흩날린다. 식물원의 겨울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겨울투어도 따로 있을 정도로 사시사철 다양한 식물이 장관을 이룬다. 사전 신청하면 약 90분 동안 가이드와 함께 산책하며 식물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스웨덴 웁살라대의 식물원은 ‘살아있는 식물 강의실’로 통한다. 이 대학에는 매년 전 세계에서 1000여 명의 학생이 찾아와 식물학, 약리학, 원예학, 생태학 등을 공부하고 있다. 재학생뿐 아니라 매년 1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아와 식물 재배 교육을 받거나 풀 향기 속에서 산책을 즐긴다. 유치원에서 초등학생까지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된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어떤 식물로 맛을 낼까’ ‘시나몬 번의 맛은 어떤 식물에서 재료를 얻었을까’ 등 먹거리 교육도 이뤄진다. 어렸을 때부터 식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정서 발달에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다.
이 밖에 독일 뮌스터대, 스위스 취리히대, 덴마크 코펜하겐대 등도 각기 식물원을 조성하고 연구 성과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전 원장은 “신구대 식물원의 최종 목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식물을 일상적으로 즐기도록 하는 것”이라며 “대학 캠퍼스를 시민 공원으로 개방하듯이 연구진이 정성껏 가꾸고 보전하는 대학 식물원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학습과 문화 공간으로 함께 가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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