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코리안 10승' 주인공은 이정은?

입력 2018-06-01 20:22   수정 2018-08-30 00:02

1라운드 보기 없이 버디 5개
쭈타누깐 등과 공동선두

1998년 박세리 韓선수 첫 정상
작년엔 박성현…지금까지 9승



[ 이관우 기자 ] “아직 1라운드밖에 안 쳤다. 예단은 이르다.”

‘핫식스’ 이정은(22·대방건설)이 의미심장한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 선수의 미국여자오픈 통산 10승 금자탑을 향한 ‘퍼펙트 샷’을 가장 먼저 쏘아 올렸다.

초반 상위권 점령한 ‘K골퍼’

이정은은 1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의 쇼얼크리크 골프클럽(파72·668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냈다.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세라 제인 스미스(호주)와 함께 공동선두(5언더파)다. 한국계인 미셸 위와 다니엘 강이 2타 차 공동 4위에 포진했다. 공동 7위 이상 18명 중 8명이 한국(계) 선수다. 이정은은 “드라이버가 좀 흔들렸지만 퍼트가 잘됐다. 미국에 조금 일찍 와 연습을 더 할 수 있었던 게 도움이 된 듯하다”고 분석했다.


초청선수로 출전한 이정은은 지난해 대회에선 공동 5위로 선전했다. 1, 2라운드에서 6타를 덜어내 공동 2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3, 4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US여자오픈 통산 3승을 노리는 박인비가 2언더파 공동 7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성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김세영과 김효주도 모처럼 출발이 좋았다. 역시 공동 7위다.

대회에 앞서 10㎝가 넘는 폭우가 내려 대회장인 쇼얼크리크 골프장은 진흙밭이 곳곳에 생겼다. 공에 두꺼운 진흙이 묻었지만 선수들은 주최 측인 미국골프협회(USGA)가 ‘있는 그대로 쳐야 한다’는 대회 방침을 고수하는 바람에 손 한 번 못 대고 흙투성이 상태로 경기해야 했다.

박인비는 한때 진흙이 잔뜩 묻은 공을 쳤다가 어이없는 훅샷을 날리기도 했다. 진흙이 공의 회전축을 불안하게 해 날아가는 방향이 일정하지 않았다. 박인비는 “모두 똑같은 상황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인비는 5번부터 7번홀까지 3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등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KLPGA) 우승 때의 날카로움을 그대로 이어갔다. 5번홀에서는 20m 밖에서 날린 칩샷이 그대로 홀로 들어갔고, 6번홀에서는 어프로치샷이 홀근처에 붙었으며, 7번홀에서는 10m가 넘는 긴 퍼트를 홀에 꽂아 넣었다.

2001년 카리 웹 이후 17년 만의 타이틀 방어에 도전하는 박성현은 4오버파 공동 96위로 커트 탈락을 걱정하게 됐다.

올해도 ‘US코리아여자오픈?’

1946년 시작된 미국여자오픈은 미국여자프로대회 중 가장 오래된 메이저 대회다. 상금(총상금 500만달러) 규모가 가장 크다. 우승상금(90만달러)이 웬만한 대회의 네 배가 넘는다. 모든 여자프로가 시즌 일정표에 US여자오픈을 넣어놓고 출전할 수 있기를 고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샷과 나쁜 샷’을 변별하기 위해 코스를 까다롭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년간 두 자릿수 언더파가 나온 게 딱 세 번이다. 오버파 우승도 두 번이나 나왔다.

한국 선수들은 이런 대회를 20년간 아홉 번이나 지배했다. 1998년 ‘맨발의 투혼’으로 해저드 탈출샷을 성공시킨 박세리에서부터 지난해 마지막 홀 ‘범프&런’ 샷으로 역전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까지 8명이 여자골프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한 다승자(2승)인 박인비는 “11세 때 TV에서 세리 언니의 하얀 맨발을 본 뒤 골프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대회 한국 선수 1호 챔피언인 박세리는 주최 측의 초청으로 대회 손님으로 참가해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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