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규제 완화 약발
기업들 일손 부족 아우성
임금 올리며 정규직 선발
월마트 "대학 등록금 주겠다"
정부는 취업비자 추가 발급
[ 뉴욕=김현석 기자 ] “일부 기업은 구인난을 덜기 위해 마약검사 기준을 완화하고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까지 고용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달 30일 발행한 경기 평가 보고서인 ‘베이지북’에 나오는 내용이다. 감세와 규제 완화 등으로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실업률이 1960년대 고도 성장기 때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들은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자 ‘자발적으로’ 최저임금을 높이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뽑고 있다.
◆흑인·중졸자 실업률 ‘사상최저’
미 노동부는 5월 실업률이 3.8%로, 2000년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5월 한 달간 새롭게 22만3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시장 예상치 19만 개를 웃돌 뿐만 아니라 지난 1년간의 월평균 일자리 증가치인 19만1000개보다도 많은 것이다. 민간에서 21만8000명을 추가 고용했고 정부에서 5000명을 더 뽑았다. 고용자 수는 92개월 연속 증가했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뒤 최장 기록이다.
임금도 오르고 있다. 5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달보다 0.08달러(0.3%) 증가한 26.92달러를 기록했다. 당초엔 0.2% 늘어난 것으로 봤다. 작년 동기에 비해선 2.7%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개혁과 규제 완화 정책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주목하는 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던 사회적 약자들까지 취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교 졸업장이 없는 중졸자 실업률이 5.4%로, 전년 동기 6.2%에 비해 크게 떨어졌고 흑인 실업률은 같은 기간 7.6%에서 5.9%로 하락했다. 사상 최저치다. 지난 1년간 20만8000명의 흑인이 새 직업을 구했다.
25~34세 젊은 구직자 100만4000명도 지난 1년 동안 새로 일자리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마침내 젊은이들이 부모 품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좋다 보니 모든 산업에서 고용 증가가 이뤄지고 있다. 대형 소매업체 시어스가 수십 개 매장을 폐쇄하고 있지만 지난달 소매업 일자리는 3만1000개나 증가했다. 제조업에서도 1만8000개가 늘었다.
◆최저임금 높이고 정규직만 뽑고
구인난이 심각해지자 기업들은 필요한 인력을 뽑기 위해 묘안을 짜내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달 30일 직원들에게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90일 이상 일한 직원은 정규직이든 시간제 직원이든 하루 1달러만 내면 수업료와 교재비 등을 받을 수 있다. 플로리다대 등 세 곳에서 경영학과 물류 분야를 배우는 조건이다. 드루 홀러 월마트 인재혁신팀 부사장은 “월마트가 필요로 하는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지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월마트는 올해 초 새로 입사한 시간제 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을 9달러에서 11달러로 인상했다. 최저임금을 자발적으로 올린 곳은 월마트뿐만이 아니다. 미국에 2200개 체인점을 가진 치킨전문점 칙필에이(Chick-Fil-A)도 다음달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을 12.50~13달러에서 17~18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사람을 뽑기 어렵자 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 정규직 고용이 90만4000명 늘어난 반면 파트타임 고용은 62만5000명 줄었다.
구인난에 기업들이 아우성치자 반(反)이민 정책을 추진 중인 트럼프 행정부도 손들었다. 지난달 25일 미 국토안보부는 ‘비농업 부문 단기 취업비자(H-2B)’를 올해 추가로 1만5000개 더 발급하기로 했다. H-2B는 건축, 레저, 호텔, 음식료 분야 기업들의 신청이 빗발치며 올해 처음 추첨을 통해 발급해 주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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