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높아진 대주주들… 中企 M&A 잇달아 무산

입력 2018-06-03 18:31  

카버코리아·휴젤·스타일난다 등 '대박 행진'에…

영구크린·라이온켐텍·톱텍 등
매각가격 협상 단계서 중단

"회사 실적·성장성에 비해
매도 희망가 지나치게 높아"



[ 이동훈/이지훈 기자 ]
영구크린, 라이온켐텍, 톱텍 등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매각이 연이어 무산되고 있다. 카버코리아, 휴젤, 스타일난다 등 최근 일부 국내 기업이 해외 유명업체에 고가에 매각되면서 국내 기업 대주주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진행돼온 포장이사 및 청소업체 영구크린과 인조대리석 생산업체 라이온켐텍 등의 매각 작업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가격을 두고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인수 후보들이 연이어 인수를 포기한 것이다.

2008년 설립된 영구크린은 포장이사와 청소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스팩 상장을 추진했지만 무산되자 경영권 매각으로 돌아섰다. 국내 사모펀드(PEF) 이음프라이빗에쿼티(PE) 등을 대상으로 매각을 타진했으나 불발됐다. 최근 이스트브릿지와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가격이 걸림돌이 됐다. 회사 측은 100% 지분 가치로 350억원 이상을 요구했지만 이스트브릿지는 회사의 실적과 성장성 등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높은 금액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영구크린은 지난해 매출 149억원, 영업이익 18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라이온켐텍도 지난해부터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OCI그룹 관계사인 유니드와 IBK투자증권PE가 공동으로 인수를 추진했지만 중도에 포기했다. 최근 국내외 PEF 등과도 협상을 시도했지만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온켐텍은 롯데첨단소재, LG하우시스에 이은 국내 3위 인조대리석 제조업체로 시가총액은 1700억원 안팎이다. 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회사 가치를 2500억~3000억원가량으로 평가했지만 인수자들은 거래 성사를 위해서는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맞섰다. 국내 공장자동화(FA) 설비분야 1위인 톱텍도 최근까지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중견기업의 연이은 경영권 매각 무산은 대주주들이 회사 가치에 비해 매각 희망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카버코리아, 휴젤, 스타일난다 등이 경영권을 매각하며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매각차익을 얻자 기대가 커졌다는 것이다. 카버코리아는 지난해 글로벌 생활용품업체인 유니레버에 3조600억원에 매각됐고, 휴젤은 외국계 PEF 베인캐피탈에 9275억원에 팔렸다. 스타일난다는 프랑스 기업 로레알에 지분 70%를 4000억원에 넘기기로 했다가 최근 100% 지분 매각으로 변경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중소기업들이 대박을 터뜨리며 매각에 성공하자 회사의 실적이나 성장성을 엄격하게 따지지 않고 가격을 올렸다가 거래가 무산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매각이 중단되면 회사의 평판이 떨어지고 재매각을 추진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이지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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