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막을 수 있었는데…" 용산 건물 붕괴, 사전 징후 있었다

입력 2018-06-04 14:14  

"사고 막을 수 있었다…사전 징후 뚜렷"


서울 용산구 4층짜리 상가 건물 붕괴사고가 사전 징후가 뚜렷이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사고를 막을 수 없어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단순히 건물 노후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부실 시공과 인근 공장에서 발생한 진동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주영규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4일 "미리 적절한 조치를 하거나 건물 출입을 막는 등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경우는 없다"며 "어떤 건물이든 무너지기 전에 상당한 징후를 보인다. 이번에 무너진 상가 건물도 공개된 사진을 볼 때 이미 한 달 전에 외벽이 배불뚝이처럼 불룩해지는 징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진구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도 "50년 넘게 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조금 더 정밀한 점검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을 두고는 근처 공사장에서 발생한 진동으로 구조물의 힘이 약해졌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부실한 시공이 원인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주 교수는 "(무너진 상가 건물은) 가운데 구멍이 뚫린 시멘트 벽돌을 수직으로 쌓고 그 구멍에 철근을 넣어 일체화하는 방식으로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구조의 건물은 바닥이 흔들리면 벽돌이 서로 조금씩 엇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현장 주위에 공사현장이 많아 지반에 진동이 많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벽돌이 엇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거주자가 촬영한 사진에서) 벽이 불룩하게 나온 모습을 보면 벽돌이 수직을 유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실공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오래됐다고 건물이 다 무너지지 않는다. 시공만 매뉴얼대로 했다면 50년이 아니라 100년도 쓸 수 있는데,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1960년대에 지은 건물이기 때문에 시공이나 감리가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오래된 건물의) 내부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부실하게 시공됐는지 알 수 없어서 1970년대 이전에 지은 건물들은 더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3일 오후 12시 35분께 4층짜리 상가 건물이 순식간에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966년 지어진 이 건물은 연면적 301.49㎡ 규모로, 1∼2층은 음식점이었고 3∼4층은 주거공간이었다.

붕괴 당시 1∼2층 음식점은 일요일이라 문을 열지 않았고, 3∼4층 거주자 4명 중 이모(68·여) 씨만 건물에 있어 인명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모 씨는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고, 추가 인명 수색 결과 이씨 외의 매몰자는 없었다.

정확한 붕괴 원인은 경찰과 소방 당국의 합동 정밀감식을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 화재감식팀, 서울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대한토목학회,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붕괴 원인을 찾기 위해 이날 합동감식을 진행 중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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