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3차 무역협상 결렬… 통상전쟁 다시 불붙다

입력 2018-06-04 18:54   수정 2018-09-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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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버 로스, 끝내 빈손 귀국
中 "관세 강행땐 모든 합의 무효"
트럼프 "무역전쟁 이기기 쉽다"

美, 15일 관세 대상 품목 확정
"6·12 美北회담 훼방 방지
中에 관세폭탄 재갈 물린 셈"



[ 뉴욕=김현석/베이징=강동균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전면적 통상전쟁을 피하기 위한 세 번째 협상에서 보복 위협만 주고받은 채 빈손으로 헤어졌다. 중국은 미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합의를 무효화하겠다고 위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은 이기기 쉽다”고 받아쳤다.

캐나다에서 2일(현지시간) 폐막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미국을 뺀 6개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놨다. 미국발(發) 통상전쟁이 출구가 안 보이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빈손으로 끝난 미·중 3차 협상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미·중 대표단은 합의문 없이 3차 무역협상을 끝냈다. 로스 장관은 이날 밤 베이징을 떠나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신화통신은 “양국이 2차 협상 때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농업과 에너지 분야에서 긍정적 진전을 이뤘지만 구체적 내용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논의는 지난달 18~19일 워싱턴 2차 협상에서 발표한 합의의 이행방안을 찾기 위해 열렸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무시하고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은 중국에 농산물과 에너지 분야에서 장기 구매계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에너지 이슈가 집중 논의됐으며 농업과 투자, 무역 구조 등에 대해선 거의 진전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연간 8000억달러(약 860조4000억원)의 무역 적자를 보는 만큼 무역전쟁에서 지려야 질 수 없다”고 강경 자세를 유지했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린다는 데 동의했지만 즉각 이행은 어렵다고 맞섰다. WSJ는 “중국은 뭔가 약속하기 전에 ‘미국으로부터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확인을 받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최근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5%로 내리기로 했으며 금융시장 개방 확대 등도 추진 중이다. 중국은 또 통신업체 ZTE 제재 완화를 미국에 요청했으나 확답을 얻지 못했다.

◆관건은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 발표 여부

미국은 25% 관세를 매길 구체적인 중국 수입품 품목을 오는 15일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의 산업고도화 정책인 ‘중국제조2025’와 관련된 기술 제품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관세 부과가 강행되면 미국산 콩, 자동차, 항공기 등 106개 품목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FT는 “세 번째 무역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두 경제 대국은 이르면 이달 초부터 1000억달러 규모의 통상전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미국 정부는 원하는 것이 뭔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관세 부과와 수출 확대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 이후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전쟁 확대 차원이 아니라 중국의 미·북 회담 방해를 막기 위해 ‘관세 폭탄’이란 일종의 재갈을 물렸을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뉴욕=김현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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