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2200억 넘게 이탈
'KTB 전단채'서만 1000억 환매
[ 마지혜 기자 ] 중국 대형 에너지기업의 채권 원리금 상환 실패로 일부 국내 초단기채권 펀드들이 손실을 내자 위기의식을 느낀 초단기채권 펀드 투자자들이 돈을 빼고 있다. 초단기채권 펀드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신흥국 금융위기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피난처’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위험이 부각되면서 일부 자금 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초단기채권 펀드 23개의 설정액은 7조6652억원으로 하루 전보다 2217억원 줄었다. 초단기채권 펀드 설정액은 1년 전만 해도 5조원이 채 안 됐으나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채권시장에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 한 달간 1339억원 늘어나는 등 연초 이후 2조922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 에너지기업 차이나에너지리저브&케미컬그룹(CERCG)이 지난달 28일 자회사의 채권 원리금 상환 실패를 공시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초단기채권 펀드가 ‘안전 지대’가 아니라고 인식한 투자자들이 며칠 만에 대거 환매에 나섰다. 특히 CERCG의 자회사 CERCG캐피털이 발행한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사모 달러채를 기초자산으로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 ‘KTB전단채펀드’에서는 하루 새 1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KTB자산운용은 지난달 29~30일 전단채펀드의 환매를 중단하고 ABCP 투자금 중 80%를 상각처리한 뒤 같은 달 31일 환매를 재개했다. 환매 기간이 2~3일인 것을 감안하면 초단기채권 펀드 시장의 자금 이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KTB전단채펀드뿐만 아니라 CERCG의 ABCP를 편입하지 않은 한국투자e단기채펀드 등 초단기채권 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KTB전단채펀드 등 문제가 된 펀드 가입자들이 지금 환매하면 기존 수익률에서 상각으로 인한 손실분만큼이 빠진 상태에서 손익이 확정된다. ABCP에 투자한 채권단이 CERCG와의 협의를 통해 투자자산 일부를 돌려받더라도 수익을 회복할 수 없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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