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 최적화 배우 군단이 한자리에 모였다. OCN 새 수목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를 통해서다.
‘라이프 온 마스’는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1988년, 기억을 찾으려는 2018년 형사가 1988년 형사와 만나 벌이는 신나는 복고 수사극이다. BBC가 2006년 방영한 수사물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굿와이프'로 한차례 리메이크의 묘미를 선사한 이정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작의 탄탄한 설정 위에 1988년, 우리나라가 마주한 특수한 시대적 상황을 녹여냈다.
이야기는 2018년 두뇌파 형사 한태주(정경호)가 연쇄살인범을 쫓다 1988년 인성시에서 눈을 뜨면서 시작된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혼란 속에서 한태주는 ‘쌍팔년도 형사’ 강동철(박성웅), 윤나영(고아성)과 공조 수사를 통해 자신이 쫓던 범인의 흔적을 발견하고 추적을 시작한다. 80년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각색한 에피소드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유쾌한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부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버릴 캐릭터 하나 없는 생생한 인물들을 연기 하는 것은 연기력 ‘만렙’의 배우들이다. 정경호, 박성웅, 고아성, 오대환 등은 브라운관에서 보기 힘든 팀플레이를 펼치며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관전 포인트 #1. "타임슬립 드라마의 시초" 탄탄한 원작 재해석
BBC에서 2006년 방영된 원작이 1973년 맨체스터 배경에 데이비드 보위의 ‘Life on mars’가 흘러나왔다면 한국판 ‘라이프온 마스’는 서울 올림픽 준비로 들썩이고 ‘수사반장’ 시그널이 울려퍼지던 1988년 후반을 브라운관에 옮겼다.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정효 감독은 “원작은 영국에서 히트한 명작”이라며 “타임슬립 드라마의 시초”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요즘은 타임슬립 드라마가 많아져서 함께 묶이는 경향이 있는데 ‘라이프 온 마스’는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공간 속에서 본인의 자아 정체성을 찾고 좋은 것을 만나게 되는 드라마”라고 차별점에 대해 강조했다.
원작과 비교에 대해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왜 또 타임슬립일까’ 라고 생각했다”면서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는 꿈과 현실의 혼돈스러운 지점이 더 부각되고 다른 타임슬립과는 달리 재밌는 부분이 있어서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동명의 미드 ‘굿와이프’ 연출 경험이 있는 그는 “리메이크 할 때마다 많이 듣는 질문인데,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배우의 감정선이다. 이미 대본 상에 흐름이 있는데 한국 배우들이 느끼는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이 한국적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또 이 감독은 "워낙 원작이라 따라가려고 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효과, 방법을 찾아 저희 나름의 '라이프온마스'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 #2. ’시그널’과 비교 불가, 色 다른 복고수사극의 탄생
지문 감식, 미세증거, DNA, 프로파일링 등 다양한 과학적 증거수집 방식으로 무장한 2018년 과학수사대 팀장 한태주. 그가 1988년에 맞닥뜨린 아날로그 수사 현장은 데이터도, CCTV도 없는 ‘화성’(Mars)보다 낯선 곳이다.
복고수사극을 표방하는 이 드라마의 차별화된 재미도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과학수사를 부르짖는 한태주와 증거나 절차를 가볍게 무시하는 쌍팔년도 형사의 콜라보는 틀에 박힌 수사 공식을 뛰어넘어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생성한다. 앞서 방영된 ‘시그널’, ‘터널’과 같은 길을 걷게 되진 않을까.
이 감독은 “저는 타임슬립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드라마를 보시면 다른 점이 분명히 느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나영 역을 연기한 고아성은 드라마의 로케이션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주로 부산, 대전, 안성에서 촬영했다. 저희 드라마는 새로운 사건이 진행될 때마다 새로운 장소에서 만난다. 섭외를 어떻게 이렇게 잘하시는지 놀랐다. 장소가 화려했다. 92년생인 내가 겪은 적이 없는 88년이라는 배경인데도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거들었다.
출연 배우 중 유일하게 80년대를 오롯이 기억하고 있는 박성웅은 당시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이었다. 그는 “이정효 감독이 장소 헌팅을 직접 다녔다. 부산이 고향이라 80년대 후반스러운 곳을 정말 많이 알더라. 정말 생경한 곳에서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촬영 중 에피소드에 대해 박성웅은 “극 중 제 차가 대우 자동차의 르X인데, 이게 스틱이다”라며 “제가 면허를 취득했을 때 스틱으로 취득해서 다행히 연기를 하며 운전할 수 있어 기뻤다”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관전 포인트 #3. 연기 고수부터 특급 카메오까지 ‘역대급 출연진’
‘슬기로운 감빵 생활’에서 새로운 결의 연기를 선보였던 정경호는 한태주 역을 통해 또 다른 인생 캐릭터 경신을 준비하고 있다. 1988년 형사 박성웅은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베테랑 형사로 능청과 카리스마를 오가며 한태주와 브로맨스를 이룬다.
정경호는 이정효 감독과 ‘무정도시’라는 작품 이후 두 번째 호흡하게 됐다. 그는 “사실 이 감독님이 하신다고 해서, 당연히 하게 됐다. 대본도 안 보고 출연 결정을 했는데 그동안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작품을 선택할 땐 대본을 보고 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정효 감독은 "정경호가 연기한 캐릭터는 대본의 모든 장면에 나올 정도로 힘들고 연기하기 어렵다. 이 어려운 걸 누구와 해야 하지 싶다가 정경호를 괴롭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저도 한 배우와 두 번 작품을 하는 것이 정경호가 처음"이라며 "좋은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정경호 "늘 이런 현장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이나 재미 일을 하고 있지 않다라는 현장이 많지 않다. 매번 느끼게 해주는 감독님 고맙다. 출연자들에게도 고맙다. 재밌는 드라마라기 보다는 잘 맞는 드라마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와 형사 브로맨스를 펼치게 될 박성웅은 “정경호를 처음 보고 ‘그런 배우’인가 싶었는데 2주 만에 훅 빠졌다. 아직도 정경호에게서 못 헤어나오고 있다”고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정경호는 "저보다 덩치가 두 배 차이가 나셔서 처음엔 굉장히 좀 그랬다. 박성웅이라는 얄팍한 생각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작은 순간에도 노력을 계속하는 선배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박성웅은 ‘라이프온마스’ 80년대 형사 역을 위해 10kg을 증량했다. 그는 “88년도 수사는 가학수사다. 그래서 살을 찌웠다. 감독님이 건강이 나빠질까 극구 만류했다. 한 달 촬영을 하니 살 빠진 거 아니냐며 유지해달라고 하더라"고 폭로했다.
캐릭터에 대해선 "솔직히 원작을 안 봤다. 배우로서 창작이 업이기에, 명작을 보면 쫓아가지 않을까 싶었다. 감독께 단지 많이 어긋나면 잡아달라고 했다. 감독 지휘 아래 마음껏 놀았다. 이 정도까지 가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초반엔 좌충우돌, 생각나는 대로 연기를 했다"고 솔직 고백했다. 박성웅은 그의 히트작 영화 ‘신세계’의 대사를 재해석 해봤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자체발광 오피스’ 이후 1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고아성은 열정파 경찰 윤나영으로 분해 한태주를 만나 에이스로 발돋움하는 성장형 캐릭터. 개성 강한 연기력으로 입소문난 오대환 또한 인상파 행동대장 역으로 극의 재미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고아성은 "그 동안 해왔던 작품 중 80년대 배경은 처음이다. 그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외람되게 말씀 드리자면 '오타쿠가 코스프레 하는 느낌'이다. 제가 원래 관심이 있던 시대고, 그 시대의 문화를 연기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정효 감독은 오대환에 대해 '신의 한 수'라고 입을 모았다. 그는 "대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오대환이 하는 순간, 그의 모든 애드리브이 드라마에 다 반영된다. 저 캐릭터가 살았다. 저도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칭찬했다.
오대환은 "예능에서 경찰을 하고 작품에서도 경찰 아니면 깡패였다. 이번엔 시대에 맞는 파마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의 칭찬에 대해 "애드리브는 제가 살려고 하는 거다. 묻힐까 봐, 양이 많이 없어서, 살려고 치다 보니 나온 거다. 워낙 현장이 재밌다.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털어놨다.
이들뿐만 아니라 내공 있는 연기 고수들이 드라마 곳곳에 포진해 완성도를 높인다. 김재경, 전석호, 김기천, 김영필부터 ‘전설의 수사반장’ 최불암, 배우 전혜빈이 특별 출연한다.
‘라이프 온 마스’는 오는 9일 밤 10시 20분 첫 방송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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