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 시론부터 코딩교육까지…레고의 '천의 얼굴 '

입력 2018-06-05 17:38   수정 2018-06-05 17:39



(이우상 중소기업부 기자) 레고가 지난 1일 하이퍼카 ‘부가티 시론’을 본뜬 신제품(사진)을 출시했습니다. 3599개 레고 조각으로 시론의 상징과도 같은 16기통 엔진까지 정교하게 재현한 제품입니다. 기어를 물리고 차를 앞뒤로 움직이면 W자로 맞물린 16개 피스톤이 정신없이 움직입니다. 크기는 전장 56㎝ 전폭 25㎝ 전고 14㎝로 오리지널 시론을 8 대 1 비율로 축소했습니다. 2016년 출시한 포르쉐 911 GT3 RS(42056)에 이은 완성차 업체와의 두 번째 콜라보레이션 상품이지요.

포르쉐와 마찬가지로 패들시프트를 이용한 기어 변속은 물론 서스펜션까지 레고로 표현했습니다. 시론의 아이콘과 같은 ‘톱스피드 키’도 별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차 마니아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시론을 구입하면 차 키를 2개를 준다죠. 하나는 시동을 위한 키, 또 하나는 최고속 리미트를 해제하기 위한 키입니다. 레고 시론 또한 톱스피드 키를 꽂고 돌리면 리어윙의 형태가 변하며 공기 저항을 줄여줍니다. 포뮬러원(F1)의 DRS와 유사합니다. 평소 다운포스를 향상시켜 접지력을 높여주는 리어윙의 형태를 바꿔 접지력을 희생하는 대신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거죠. 전작인 포르쉐에 비해 가지고 놀 수 있는 아기자기한 부분들이 늘어난 것이 눈에 띱니다. 가격은 57만원이며 주문하면 12일부터 배송에 들어갑니다.

레고코리아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레고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받은 인상을 정리하면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전방위적인 영역 확장’.

레고는 지난해부터 키덜트를 정조준한 고가 제품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추석즈음에 나온 ‘밀레니엄 팔콘(75192)’은 무려 110만원이었습니다. 밀레니엄 팔콘은 지난 달 개봉한 영화 ‘한솔로’에도 등장하는 스타워즈의 대표 우주선이죠. 레고는 밀레니엄팔콘 외에도 20만~30만원대 스타워즈 제품들을 시즌별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단종된 레고 제품들이 정가의 몇 배로 중고거래되는 걸 지켜보며 경영진이 키덜트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걸로 보입니다. 스타워즈 속 우주전함 ‘스타디스트로이어’는 판매가가 30만원대였지만 아마존 이베이 등에선 중고 가격이 200만원까지 뛰었거든요. 포르쉐와 신제품 시론 또한 아예 키덜트족을 겨냥하고 나온 제품들이지요.

그렇다고 레고가 키덜트 시장만 노리고 있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애초 그랬다면 간담회에서 받은 인상을 ‘전방위적인 영역 확장’으로 얘기하지도 않았겠지요. 마이클 에베센 레고코리아 대표(사진)는 “듀플로의 매출이 어느때보다 높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듀플로는 레고의 영유아를 위한 라인업입니다. 작은 크기의 블록을 혹여 삼키는 일이 없도록 덩치를 키운 영유아용 제품이지요. 에베센 대표는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닌자고’ 시리즈의 라인업 또한 강화했다고 했습니다. 닌자고는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만 되면 부모들의 지갑을 털어가는 레고시리즈로 유명하죠. 영유아와 어린이는 레고에게 여전히 주효한 타깃이라는 얘깁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레고는 레고부스트와 인터넷 컨텐츠를 강화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레고부스트는 코딩교육용 완구입니다. 각종 센서와 모터를 붙인 로봇을 만든 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과 연결해 코딩을 통한 논리적인 사고를 배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에베센 대표는 “레고부스트가 국내 판매 순위 톱10에 들었다”며 성과에도 자신감을 내비쳤지요. 레고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레고라이프’도 순항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레고만 갖고 놀길 바랄 순 없다. 인터넷에 친숙한 세대인 만큼 인터넷과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도 레고를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올해는 레고블록이 세상에 나온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초록색 바닥판 위에 빨갛고 파란 블록을 쌓아 집을 짓는 과거의 레고도 여전히 남아있긴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레고는 스타워즈 캐리비안해적 어벤져스 등 인기 캐릭터를 끌어와 키덜트를 겨냥하고 코딩교육, 인터넷 게임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영광스런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장수하는 레고의 힘인 듯 합니다. (끝)/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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