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종을 대왕으로 부르는 것은 그 업적의 소중함에 있다. 세종대왕은 4군6진으로 압록강, 두만강 경계의 국경을 확고히 하고, 아래로는 대마도를 정벌해 왜구의 근거지를 소탕하는 한편 회례사를 막부로 보내 평화를 도모했다. 한글, 해시계, 측우기 등을 만들어 과학기술 발전의 기틀도 다졌다. 이 빛나고 소중한 업적은 조선의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한창 경쟁가도를 달릴 때 기자들이 물었다. “당신의 경쟁자는 누굽니까.”
게이츠는 뻔한 대답을 뒤엎고 “지금도 창고 안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있는 ‘크레이지 보이즈, 걸즈(Crazy boys, girls)’”라고 답했다. 이들이 오늘날의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래리 페이지이며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을 끌고 가고 있는 리더들이다.
지난 4월 초 국회를 찾은 가상화폐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을 만났다. 2014년 19세에 블록체인의 새로운 시도로 세계가 주목한 부테린이다.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부테린은 “블록체인 플랫폼의 본질은 ‘효율성’이 아니라 ‘탈중앙화’”라며 이더리움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반짝거리는 그의 눈을 보며 생각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무언가에 도전하게 했을까. 그의 패기가 부러웠다.
가상화폐시장에 몰려 ‘가즈아~’를 외치고 있는 청년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젊은이들이 일은 안 하고 투기한다며 거래소 폐지까지 운운하다가 가상화폐공개(ICO) 금지 등 규제에 나섰다. 청년들이 ‘가즈아’를 외치는 이면과 블록체인 생태계를 둘러싼 거대한 가능성은 보지 않았다.
지금 이런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을 위해 두려움의 알을 깨주고 싶다. 얼마 전 필자가 간사로 있는 국회 4차특별위원회는 투자자 보호 대책을 전제로 한 ICO 허용을 권고안으로 채택했다. 중국도 곧 ICO 허용을 검토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데 우리 정부만 요지부동이다.
세금으로 만든 공공기관 일자리를 내주는 것은 청년에게 온실로 직행하라는 것이다. 청년들은 도전해야 한다. 어른들은 규제를 풀어주고,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모래판을 만들어주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진정한 현충(顯忠)은 나라를 짊어질 미래 세대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주는 것임을, 오늘 또 명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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