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환경 전문가 키워 산업현장 문제 해결
최 회장 "사회적 가치 만드는 생태계 고민해달라"
[ 고재연 기자 ]
SK하이닉스가 안전·보건·환경(safety, health, environment·SHE) 분야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 공익재단을 설립한다. SK그룹은 물론 반도체업계에서도 처음 하는 시도다.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려면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을 현실에 적용해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라는 게 SK의 설명이다.
공익재단 운영 독립성 보장
SK하이닉스는 5일 SHE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재단 운영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10년간 약 35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업으로부터 독립성과 공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재단 설립부터 의사결정 및 운영까지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와 이사회에 맡길 방침이다. 공익재단설립준비위원장은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맡았다.
공익재단 설립을 결정한 이유는 기술 발전과 산업 환경의 변화로 안전·보건·환경과 관련한 현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국내에 관련 전문가가 부족한 데다 개별 기업의 대처 역량도 떨어져 ‘사회적 비용’이 불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각종 화학 물질을 다루는 반도체업계에서는 근로자의 직업병과 관련한 갈등을 봉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설 공익재단은 △SHE 분야 차세대 리더급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장학사업 △반도체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학술 활동 △지역사회·학계·기업 등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지원·협력 과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100년을 내다보며 인재를 키운다”
재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SHE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있다. SK그룹의 인재 육성 철학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최 회장 부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은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인재를 키운다’는 신념 아래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74년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해외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3600여 명의 장학생을 지원했고 727명의 해외 명문대학 박사 학위자를 배출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올해 인문사회과학분야, 순수자연과학분야, 정보통신분야 등에서 장학생 30명을 선발했다. 이날 서울 서린동 SK서린빌딩에서 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장학생들과 오찬을 함께한 최 회장은 “여러분은 자원 하나 없는 대한민국의 핵심 자산”이라며 “받은 혜택을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마음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의 중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요즘 내 고민은 사회적 가치가 활발히 창출되는 사회 생태계 조성”이라며 “여러분도 어떤 나무로 자라서 어떤 생태계를 형성해 나갈지, 어떻게 사회 문제를 해결할지 지금부터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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