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가계소득 해석을 놓고 논쟁이 그치지 않는다. 지난 3일 청와대의 해명이 되레 논란을 키웠다. 가구가 아니라 가구원 개인별 근로소득에 대해 따로 통계를 만들었더니 하위 소득계층 10%를 제외한 90%의 소득이 늘었고, 전체 가구가 아니라 일하는 근로자가 가구주인 근로자 가구의 소득 역시 전 계층에서 증가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공식 통계인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와는 사뭇 다른 분석이다.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한 통계청 조사에선 고소득 계층은 소득이 증가한 반면 저소득 계층은 소득이 감소했다. 특히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 계층(하위 20%)의 소득이 역대 최대로 줄어 소득 불균형이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엔 충격이다. 최저임금이 파격적으로 인상된 1분기여서 더 민감하다. 이런 와중에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는 대통령의 발언까지 나왔던 터다. 청와대가 직접 해명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통계에서 빠진 41%가 핵심
이로써 대통령의 발언 근거는 소명됐지만 이번에는 통계의 편향성 문제가 불거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포함한 무직자, 영업에 큰 지장을 받는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가구주인 ‘근로자 외 가구’를 빼고 일자리가 있어 돈을 버는 ‘근로자 가구’의 소득 통계만 가공해 분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근로자 외 가구는 올 1분기에 전체 가구의 41.3%나 된다. 지난해 4분기 37.4%에서 급증했다. 2008년 1분기(42.1%) 후 10년 만의 최대치다. 더구나 이들 가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이다. 비임금 근로자 수도 전체 근로자의 25%나 된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숙련 근로자보다 미숙련 근로자, 경력이 짧은 저연령 근로자일수록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피해가 크며, 실직할 위험성도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자 외 가구 증가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평가할 때 핵심이 돼야 한다. 청와대 통계에서도 이들 가구 중 1~3분위 계층의 소득은 줄었다. 게다가 이는 최대 이슈인 청년 실업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 통계에선 이들 가구가 왜 증가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은 물론 아예 빼 버렸다. 영세 자영업, 청년실업 등에 미치는 영향은 그림자도 안 보인다. 돈 못 버는 41%는 빼고 돈 버는 59%만의 소득통계를 가공해 “효과가 90%”라고 하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위험한 자의적 통계 가공
자의적인 통계 가공과 해석은 실상을 왜곡하기 쉽다. 이번 통계처럼 기준을 가구에서 개인으로 바꿀 때 역시 그 분석은 제한적이어야 한다. 예컨대 4인 가구가 집 한 채를 갖고 있더라도 그 집의 소유자는 대개 가장 한 명이기 마련이다. 이를 놓고 전 국민의 25%만이 주택 소유자, 바꿔 말해 전 국민의 75%는 무주택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 주택 소유자만 갖고 주택 소유 비율이 100%라고 주장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정부는 가장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이다. 지금 정부가 지향하는 큰 정부로 갈수록 정보의 비대칭이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공식 통계 대신 내부 참고자료 정도로나 쓸 자의적 가공 통계를 앞세운다면 안 될 말이다. 좋아진 것만 끄집어내 보기 좋은 통계를 만든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없다. 정치는 특정 지지계층이 대상이라지만 국정은 전 국민이 대상이다. 진지한 국정이어야 한다.
m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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