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 격전지 뛰어든 지 1년… SK바이오텍 "2년내 매출 1.5兆"

입력 2018-06-06 19:11  

SK 바이오 전초기지 가보니

아일랜드 공장 인수 성과 가시화

원료의약품 위탁생산
화이자 등 고객사만 20여곳
고난도 정제 기술 필요한
항암제·당뇨병치료제도 취급

SK바이오팜, 신약 승인 신청 등
최태원의 끈기있는 투자 결실



[ 박상익 기자 ]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북쪽으로 13㎞ 떨어진 도시 스워즈에는 아일랜드 국기와 태극기가 함께 휘날리는 공장이 있다. SK(주)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의 아일랜드 공장이다. 이곳은 세계적인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제조 공장이었지만 SK바이오텍이 지난해 6월 1700억원에 인수하며 간판을 바꿔 달았다. 1년이 지난 지금 SK바이오텍의 인수는 국내 제약산업에서 보기 드문 성공적인 국경 간 거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달 28일 이곳을 방문해 “SK와 아일랜드의 윈윈 사례”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발판으로 글로벌 공략

5일(현지시간) 찾은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에선 당뇨병 치료제용 원료의약품 제조가 한창이었다. 원료의약품은 환자에게 투약하는 의약품의 전(前)단계를 뜻한다. SK바이오텍은 제약사에 원료의약품을 판매하는 의약품 위탁생산 기업(CMO)이다.

8만2600㎡ 부지에 세워진 6개 생산동에선 왼쪽 가슴에 SK바이오텍 로고를 단 직원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공장에선 당뇨 치료제와 심혈관질환 치료제, 항암제 등 연간 8만1000L 규모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BMS를 비롯해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SK바이오텍 고객이다.

현장에서 만난 김현준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장(상무)은 “고객사 수요에 맞춰 여러 가지 원료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며 “일반적인 제품뿐만 아니라 독성이 강한 항암제도 취급이 가능한 것이 이 공장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CMO업계는 고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신약 개발과 달리 이미 효과가 검증된 약품을 생산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K바이오텍의 지난해 매출은 1094억원, 영업이익은 285억원이었다.

SK바이오텍이 해외 공장을 인수한 것은 아일랜드가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의 격전지여서다. BMS, 화이자, 노바티스 등 20여 개 글로벌 제약사들이 아일랜드에 생산공장 또는 연구개발(R&D) 시설을 갖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적극적인 지원책으로 기업들을 유혹하고, 국립 바이오공정 교육연구소 등에선 전문 인력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최태원의 ‘뚝심’ 결실

SK의 바이오·제약사업 도전사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는 차세대 성장 동력 발굴의 일환으로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당시 설립한 회사가 SK바이오팜이다. 신약 개발은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실패 확률이 매우 높아 섣불리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투자만큼의 성과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투자를 독려했다.

그 결과 SK바이오팜은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뇌전증 치료제인 세노바메이트의 신약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다. FDA 심사를 통과하면 한국 기업이 독자 개발한 신약으로는 최초 사례가 된다. 미국 매출만 연 1조원이 기대되는 이 약품의 생산을 본격화하면 SK바이오텍도 세노바메이트의 원료의약품 생산을 맡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SK(주)는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의 ‘쌍끌이 효과’로 R&D부터 생산·판매·마케팅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종합제약사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박준구 SK바이오텍 대표는 “2020년 매출 1조5000억원, 기업 가치 4조원 이상의 글로벌 10위권 CMO로 도약한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워즈(아일랜드)=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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