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 잘 뽑은 日 시마네현… 적자 제로·일자리 도시 '환골탈태'

입력 2018-06-06 19:20  

흔들리는 풀뿌리 민주주의
(4) 한 표가 가른 지자체 운명

매년 250억엔 적자보던
日 두번째 인구 적은 마을

2007년 선거 '재무통' 선출
가장 먼저 공무원 수 감축
기숙사 등 업무용자산 매각
비용 줄여 균형재정 달성

IT 전문산업단지 만들어
벤처기업 모셔와 세수 급증



[ 박동휘/임락근 기자 ] “수당을 준다고요?”

시마네현에서 재정정책을 총괄하는 사가와 겐이치 국장(예산그룹 리더)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청년수당, 농민수당 등 각종 ‘무상 시리즈’가 난무하는 한국의 지방선거 소식을 전하자 그는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시마네현민은 물론 일본 국민 대부분이 1인당 부채가 얼마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공짜 공약으로는 당선되기 어려울 겁니다.”


확 달라진 살림살이

사가와 국장이 이런 반응을 보인 데는 이유가 있다. 시마네현은 10년 전인 2008년까지만 해도 부채비율을 뜻하는 ‘통상현채잔액비율’이 314.5%로 전국 평균(249.6%)을 훨씬 웃돌았다. 인구가 급감하면서 세수는 줄어든 데다 중앙정부마저 돈줄을 조이면서 지방채 발행이 늘었고, 재정이 부실해졌다. 하지만 일본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적은 농어촌 마을인 시마네현은 10년 만인 지난해에 재정적자 ‘제로’의 일자리 창출 도시로 거듭났다.

시마네현의 변모는 2007년 치러진 선거에서 비롯됐다. 재무성 관료 출신인 미조구치 젬베에가 재정개혁을 ‘모토’로 당선됐다. 그는 취임 첫해 재정건전화 기본 방침을 제정해 곧바로 개혁에 들어갔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목표는 10년으로 세웠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공무원 수 감축이다. 직원 정원을 순차적으로 줄여 올해까지 총 635명을 감원했다. 급여도 고위직은 많이, 일반직은 충격이 덜하는 식으로 깎았다. 덕분에 10년간 총 422억엔을 아꼈다. 일반직 연봉은 2011년에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지사와 부지사는 아직도 줄어든 연봉을 받고 있다. 사가와 국장은 “일반직 공무원의 연봉은 인근 민간기업 평균 연봉을 감안해 새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기숙사 등 업무용 자산도 대거 매각했다. 비효율적인 정책도 전면 재조정했다. 슈야마 유키히로 시마네현 정책조정감은 “올해만 해도 기존 예산에 잡혀 있던 사업 중 205개를 재검토해 60억엔가량을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노후된 시설을 교체하는 것 외엔 대규모 건설사업은 자제했다. 그 결과 매년 250억엔씩 10년간 2550억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재정적자 누적 규모는 지난해 426억엔으로 크게 감소했다. 2007년만 해도 연간 재정적자가 102억엔이었으나 지난해 ‘제로’로 만드는 등 균형재정 달성에 성공한 덕분이다.

주민들도 재정개혁 지지

시마네현 유권자들은 재정개혁이 한창이던 2011년과 2015년에 현 지사에게 연임을 안겨줌으로써 개혁을 지지했다. 지방정부가 먼저 허리띠를 졸라맨 덕분이다. 미조구치 지사는 비용감축 정책을 꾸준히 펼쳤지만 대민 서비스사업엔 손대지 않음으로써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신 시마네현은 세입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우선 기업유치에 적극 나섰다. 기간산업인 금속주조업 및 농·임·어업에 더해 최근엔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을 끌어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2015년에 시마네소프트연구개발센터를 개설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적인 컴퓨터 언어로 주목받고 있는 ‘m루비’도 이곳에서 개발했다. 현청이 있는 마쓰에(松江)시 인근에 ‘테크노아크’라는 IT 전문 산업단지도 조성했다. 덕분에 2002년 1개에 불과했던 IT 기업 수는 올해 34개로 증가했다. 슈야마 조정감은 “빈 학교를 공짜 사무실로 지원하고 인력 고용 시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하드웨어 시설이 필요 없는 프로그래밍 회사가 주로 입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이 일으키는 연간 매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총 230억엔 규모다. 기업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세수도 늘었다. 2001년에 법인에서 거둬들인 현민세(지방소득세)가 114억엔이었으나 작년엔 176억엔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시마네현은 총 5118억엔의 세입을 기록했다. 이 중 현세 비중은 13.1%(673억엔)다. 중앙정부도 ‘지방창생’의 기치를 내걸고 도왔다. 시마네현민이 도쿄에서 물건을 사면 소비세의 일부를 시마네현 재정에 넣어주는 지방보호세제를 제정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선 시마네현과 같은 사례가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공무원 연봉만 해도 지방직 공무원은 지자체 사정과 무관하게 전국 공통이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선 수당 조정과 정원 축소는 가능하지만 연봉은 특정 지자체만 줄이거나 늘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선심성 ‘공약’(空約)들도 걸림돌이다. 세수를 늘리겠다며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구호는 “예산을 더 따올 수 있는 힘있는 후보를 밀어달라”가 고작이다.

시마네=박동휘/임락근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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