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언 부동산수석매니저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아파트 완연한 조정 가능성 크지만
지역별로 하락폭은 다를 것
강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
경기도·지방 아파트 투자 신중을
지난해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버텼던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올 들어 거래량 감소에 맥을 못추고 있다. 최근까지 단기간 아파트값이 크게 올라 부담이 커진 데다 지난 4월 이후 조정대상 지역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 선에 육박하면서 대출자의 부담도 확연히 늘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되긴 더욱 요원해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부동산 가격안정세가 뚜렷해지면서 본격적인 조정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방은 수도권보다 위축세가 훨씬 뚜렷하다. 광역시 중에선 대구만 약간 나을 뿐 광주와 대전은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한때 지방의 ‘블루칩’으로 꼽히던 부산은 가격 하락폭이 심상치 않다. 재건축과 분양시장 호조 등으로 분위기가 좋던 경남 창원도 최근엔 조선업 경기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아 갈수록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3.3㎡당 평균 매매가격이 1000만원을 넘기며 부산을 가뿐하게 추월한 제주도와 세종시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아직은 하락세가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차츰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어 조만간 조정 국면으로 진입할 조짐이다. 다른 지방 중소도시들도 수요 감소가 계속되는 가운데 공급 과잉이 겹쳐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종합해 보면 향후 아파트 시장은 완연한 조정 쪽으로 가닥이 잡힌 건 분명하다. 그러나 과거 2000년대 이전과 달리 지역별 여건 차이가 커지면서 하락폭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 접근도 지역별로 달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서울의 경우 최근 거래 급감으로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수요는 많고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에서 낙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거래 침체로 하반기 이후 매물이 늘어난다면 실수요자 입장에선 중소형 아파트 급매물을 노리는 것도 바람직하다. 인기·비인기 지역 간 격차가 커지는 만큼 가능한 강남권과 인접한 지역이나 거주여건이 좋은 신도시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그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주도해온 강남권 재건축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이라는 변수가 부담이 되고 있는 데다 가격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서 재건축 사업 추진 의사가 급격히 사라지는 등 추진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특히 입지여건과 투자조건이 아무리 좋은 재건축단지라도 비상대책위원회 등의 반대가 많은 곳은 피해야 한다. 재건축은 당분간 관심보다는 관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반해 서울지역 신규분양은 적극적으로 노려볼 필요가 있다. 분양가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규청약 매력은 커졌다. 역세권 내 단지는 투자가치가 여전히 높다. 위례신도시나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택지개발지구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무주택 세대주에겐 내집 마련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청약 기회가 크게 확대된 신혼부부들은 특별공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경기도와 지방은 아파트 투자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지금은 가격안정 국면이 확실하고 서울보다 공급과잉 여파가 훨씬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중에서도 가격 하락세가 완연하고, 낙폭이 확대되는 지역은 당분간 투자를 피해야 한다. 앞으로 예정된 입주물량이 많은 만큼 신규분양은 입지여건과 분양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근하는 것이 좋다.
향후 몇 년간 별다른 정책 변화가 없다면 전국 주택시장은 하락세가 불가피하다. 그런 만큼 원칙적인 접근과 신중한 자세, 그리고 적절한 선택이 중요하다. 현재 추세를 보면 조정국면을 거치더라도 서울과 지방 등 주택시장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전망이다. 주택시장에서 ‘선택’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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