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빈센트 반 고흐가 ‘해바라기’ 그림에 자주 쓴 노란색은 크롬 옐로였다. 이 색은 1762년 시베리아의 베레소프 금광에서 발견된 진홍색 수정 홍연광에서 비롯됐다. 당시 홍연광은 공급이 불규칙하고 가격도 너무 비쌌다. 프랑스 화학자 니콜라스 루이 보클랭이 여기서 오렌지색 광물을 발견하고 크롬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크롬은 추출방식에 따라 레몬 옐로부터 크롬 옐로, 황적색까지 다양한 색채를 드러냈다. 1809년께 크롬 옐로는 안료로 만들어져 화가들의 팔레트에 올랐다. 그러나 이 색은 시간이 흐를수록 갈색으로 변하는 단점이 있다. 반 고흐 그림을 연구한 학자들은 햇볕에 노출된 크롬 옐로가 심각하게 갈색으로 변질돼 ‘해바라기’는 실제 꽃이 그렇듯, 시드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컬러의 말》은 한마디로 색채의 문화사다. 영국 《엘르 데코레이션》지에 3년간 실린 색상 칼럼 중에서 75가지를 엮은 이 책은 색깔의 탄생 스토리부터 변천사, 색이 지닌 메시지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역사 사회 문화 정치 예술을 넘나들며 들려준다.
나폴레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색깔 셸레 그린과 전쟁의 씨앗이 된 사프란의 사연이 대표적이다. 노란색 표지의 책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체포당한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 햇빛을 구성한 7가지 색을 프리즘으로 분석해낸 영국 과학자 아이작 뉴턴, 색에 대한 혐오감을 거침없이 표현한 미국 작가 허먼 멜빌 등 유명인사들이 색깔에 남긴 업적과 행패도 고스란히 소개한다.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음, 이용재 옮김, 윌북, 316쪽, 1만58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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