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 C. 누스바움 지음 / 강동혁 옮김
뿌리와 이파리 / 583쪽 / 2만8000원
[ 김희경 기자 ] 분노사회다. 분노를 참지 못한 누군가가 잘 모르는 사람에게 가해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다. 확인이 안된 이야기에 화를 내며 악성 댓글을 달기도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강력한 처벌을 반사적으로 요구하는 분위기도 있다.
《분노와 용서》는 이런 분노사회를 만들어낸 분노라는 감정을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분노의 선한 대안인 용서의 필요성과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미국 법철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마사 C 누스바움 미국 시카고대 철학부 교수다. 이 책은 2014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열린 ‘존 로크’ 강좌 내용을 바탕으로 썼다.
저자는 가족과 같은 친밀한 관계, 직장 동료나 상사와 맺는 ‘중간 영역’, 마지막으로 정치적 영역으로 나눠 분노를 살핀다. 이같이 다양한 영역에서 시시때때로 분노가 일어날 수 있지만 그는 모든 영역에 분노가 개입돼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분노는 혐오의 감정과 닮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지위 격하를 간절히 바라고 상대를 비천하고 저열한 존재로 여긴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런 감정을 갖는 것보다는 분노를 유발하는 원인과 거리를 두거나 냉정하게 법적 대응을 모색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저자는 “분노가 처음 일어나게 된 계기를 면밀히 살피고 그 가치를 존중하면 적절한 감정이 될 수 있지만 피해를 갚아주겠다는 생각만 품으면 문제가 된다”며 “분노가 던지는 미끼를 물고 공상적 응징으로 나아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용서도 조건부 용서, 무조건적 용서, 무조건적 사랑으로 구분한다. 조건부 용서는 부당행위를 당한 사람이 잘못된 사람의 치욕을 기뻐한다는 단점이 있다. 무조건적 용서 또한 용서하는 주체가 도덕적 우월감을 풍긴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무조건적 사랑이다. 피해 사실을 공인하고 다시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넓은 아량과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이를 실현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만델라는 흑인을 괴롭히는 백인이 고통받길 바라거나 백인에게 복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인종 차별이라는 체제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기존의 ‘비폭력’이라는 외양에 집중하기보다 ‘비분노’라는 감정적이고 내면적인 차원의 혁명으로 초점을 옮겨놓기도 했다. 저자는 “정의를 이루기 위해 분노를 내려놓는 건 소심한 반응이 아니다”며 “하나의 과잉에 또 다른 과잉을 더한다고 해서 어떻게 사태가 나아지겠나”고 주장한다. 또 “가해자가 고통을 겪더라도 그 문제는 사회적 제도를 통해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한반도의 상황에서도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남북한의 해빙 분위기를 가능하게 한 것도 응징과 보복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분노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이 조금씩 보인다”고 기대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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