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조정’과 ‘하락’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연초까지 이어지던 급등세가 지난 4월부터 꺾여서다. 대세 하락장으로 전환한 것일까. 7일 집코노미가 실전 투자고수, 전문가 등 8인에게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해 물어봤다.
▶강남 집값 더 떨어질까.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
“조정은 곧 끝난다. 하반기 강남권 이주물량이 많아서다. 방배6구역과 방배13구역,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한신4지구 등 서초구에서만 1만가구 가까이 이주한다. 송파구에서도 미성·크로바와 진주 등 3000가구가량의 이주가 밀려 있다. 강남3구에서만 1만3000가구다. 이들의 이주로 인한 전셋값 상승이 집값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조정이 시장의 실제 모습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민간임대사업자 등록 및 매매가 3월까지 몰린 탓에 4월부터 매물이 감소한 데다 계절적 비수기 요인까지 겹친 상태에서의 조정이 진짜 조정인지 말이다. 강남 부동산 시장엔 매수 의향자만 있지 매물은 없다. 잠실 미성·크로바가 이주하는 7월부터 반등 조짐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달 중순부터 서두르는 투자자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필명 빠숑)
“선별적으로 봐야한다. 강남에서도 10년차를 넘는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빠졌다. 준공 10년 이내 아파트나 신축 아파트는 별 조정을 받지 않았다. 조정 장세라고 평균으로 뭉뚱그려 얘기하기 힘들다. 상품 경쟁력이 떨어져서 전세수요를 빼앗긴 아파트들의 집값이 내렸다. 주변 새 아파트들의 입주가 1~2년 안에 다 끝나면 조정 또한 끝난다. 단기 조정이지 긴 조정은 아니다.”
▷민경남 케이엔프로퍼티즈 대표(필명 시네케라)
“강남은 빠르면 올해부터 다시 상승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 재건축과 분양가 규제, 공시지가 인상과 최저임금 상승으로 양질의 아파트 공급이 어려워졌다. 반면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은 계속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공시지가 상승은 주택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 개발사업을 위한 토지수용이나 매매시 사업 원가가 오르는 까닭이다. 최저임금 상승 또한 공사원가에 영향을 미친다. 일시적 2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로 집중하는 현상은 양도세 중과 규제가 존속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또한 보유세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다주택자들 역시 똘똘한 한 채로 집중할 것으로 보여 강남 집값의 전망이 어둡다고 말하긴 힘들다.”
▷김민규 파인드아파트 대표(필명 구피생이)
“조정이라고 말하지만 그동안 매매가격이 단기 급등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호가가 한 발 물러선 정도다. 최근 전세가율이 하락한다고 하지만 면밀히 들여다 보면 실제로는 전세가격보다 매매가격이 더 빨리 오른 결과일 뿐이다. 고가 아파트에서 이 같은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서울 시내 상위 20%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1년 동안 3억원 오를 때 전세가격은 4000만원 정도 올랐다. 4월 이후 주춤한 모습은 규제에 따른 일시적 매매량 급감과 함께 눈치보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국면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필명 월천대사)
“강남에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전셋값이 조정되는 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목적으로 추가 매입하기에 좋은 시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정으로 인한 낙폭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망세가 두 달가량 지속되고 있지만 멀리 보자면 2019년 하반기엔 강남구와 서초구에 입주물량이 없다. 조정이 길게 이어지기 힘든 이유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단기적으로는 올여름까지 가격이 다소 내릴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워낙 급등한 데다 올해 초 정점을 찍으면서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다. 단기 급등에 따른 후유증이 따를 가능성도 있다.”
▷구만수 국토도시계획기술사사무소 대표
“4월부터 상승폭 둔화가 눈에 띈다. 추세가 꺾였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상승 동력이 많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양도세 중과와 재건축 관련 규제 등의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강남4구는 올해 하반기 약보합 혹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강남권 아파트값이 5.5% 상승했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부담과 지자체 이주시기 조정, 연말 ‘헬리오시티’ 대량 입주 등의 영향으로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보유세 인상 움직임을 고려하면 하반기 매매시장은 강세를 보이기 힘들 전망이다.”
▶서울 강북 시장은 어떤가.
▷김학렬 소장
“강북 등지는 그동안 ‘키맞추기’로 강남 집값을 좇아갔다. 강남의 물량이 많지 않은 탓에 대체 수요지로 각광을 받았다. 내년까지의 강남 이주 물량을 고려하면 광진구와 용산구 등 새 아파트가 많지 않은 곳은 강남보다 좋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올해 초까지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폭등 장세는 아니고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함영진 랩장
“서대문구는 뉴타운 및 인근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용산구는 용산개발 마스터 플랜 등을 재료로 오르고 있다. 종로와 중구는 저평가된 일부 단지 중심으로 보합 내지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강북 실수요자의 내집마련 고민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 성수기가 되면 강북지역이 추가상승할 수 있다.”
▷김민규 대표
“4월 이후 거래급감과 함께 상승세가 멈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갑작스레 상종가를 기록하는 지역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용면적 59㎡ 기준으로 6억원을 넘지 못하던 길음이나 신도림 같은 지역에서 전고가 대비 10% 이상 높은 실거래가가 하나둘 신고되고 있다. 반면 7억원선을 넘겨 거래되던 지역에선 이 같은 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올해 초 강남3구에서 시작된 가격 급등이 마포·용산·성동을 지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키맞추기에 시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북집값도 강남집값에 달렸다.”
▷이주현 대표
“도심 재생으로 변화 중인 영등포구와 은평구, 서대문구 통일로 일대가 눈에 띈다. 이들 지역은 심리지수가 살아 있는 곳이다. 국토연구원 심리지수를 보면 영등포구와 용산구 중구 종로구 서대문구 등이 115~134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권 방어세가 뚜렷하다는 의미다.”
▷박원갑 위원
“‘캐치업’ 장세가 이어지면서 동작과 용산 등 주변 다른 지역들이 강남을 좇아갔지만 강남의 상승세가 멈춘다면 이들 지역의 상승세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지역적 편차는 다소 있을 것이다.”
▷구만수 대표
“광진구는 올해 초까지 매매가격 상승률이 높았지만 지난 3월부터 급속하게 둔화됐다. 최근엔 4년여 만에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흐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시장은.
▷이상우 연구위원
“지방에선 대구가 가장 뜨겁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후년 입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구는 부동산 시장을 설명하기 가장 좋은 표본이다. 공급이 없으면 집값이 오른다는 걸 보여준다. 물량 폭탄의 대명사였던 동탄2신도시의 경우 입주는 올해가 피크다. 1기 신도시인 분당과 과천은 올해 분양 물량들이 집값을 견인할 것으로 본다. 특히 분당은 새 아파트의 분양가 수준에 따라 재건축에 대한 강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있다.”
▷박원갑 위원
“지방 시장이 죽었다고 말하지만 다 나쁜 건 아니다. 광주와 대구, 세종 등지가 눈에 띈다. 교육과 교통, 편의시설이 갖춰지면서 강세를 보이는 지역들이다. 대구의 경우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인 인구가 줄면서 도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수성구엔 사람이 몰리고 집값이 오르고 있다. 핵심 지역으로 사람이 몰리는 도시의 초슬림화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세종은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개발이 끝날 때까지 충청권의 수요를 빨아들이면서 인구가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성장성이 높다.”
▷구만수 대표
“광주와 대구, 대전이 다른 지역들보다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지역경제가 무너진 울산과 거제, 군산, 공급이 몰린 평택과 안성, 포항, 창원, 안동은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함영진 랩장
“수도권 남부 지역은 과천지식정보타운과 판교·위례신도시, 성남 고등지구, 하남포웰시티, 광교신도시, 안양 평촌, 용인 등 강남 접근성이 좋거나 택지지구 개발이 원활한 곳 위주로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조정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영향 등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이들 지역은 상반기에도 3~8%정도 집값이 상승한 바 있어 상승률은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지방은 입지나 공급 상황에 따른 혼조세가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 대구 수성구와 광주 광산구, 대전 유성구 등에서 상승 움직임이 나타났지만 하반기 상승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북과 울산은 조선업 구조조정의 영향권인 데다 공급물량 증가가 겹쳐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구조다. 전남은 여수 등지의 집값이 해양관광단지개발 기대감 등으로 올해 2.73% 상승했지만 이외 지역은 보합 내지 하락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겠다.
강원도는 세컨드 하우스 운영과 동계올림픽 개최에 따른 교통망 확충 호재로 춘천과 원주, 강릉, 속초의 집값이 올랐지만 올해 강릉(1.34%)을 제외하고 대부분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였다. 단기 급등한 가격에 대한 부담에다 동계올림픽 이후 수요 감소에 따라 가격 조정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현 대표
“경기 서남부와 동남부엔 입주가 몰려 전셋값이 안정되겠지만 이들 지역에 투자한 이들은 역전세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규 대표
“이달 수도권 남부지역에만 예정된 입주물량이 1만9000가구다. 동탄과 안산, 시흥 등 물량이 집중되는 지역에서는 전세가격의 뚜렷한 하락세가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신도시 안에서도 지하철역과 연계가 좋은 중심부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사람이 몰리는 곳에 수요가 집중되고 그렇지 않은 곳은 냉기만 감도는 양극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달 말 나오는 보유세 개편안은 어떤 영향을 줄까.
▷함영진 랩장
“보유세 인상은 내년 세제개편에 반영되겠지만 실효세율 인상 등이 부동산 거래 수요 위축이나 수요자들의 거래 관망세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위원
“개편안의 강도(强度)가 중요하다.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가장 약한 강도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다. 소득세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에 언제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유세율 인상은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정부 입장에선 집값 조정 국면에서 보유세 드라이브를 걸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상우 연구위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종합부동산세 영향을 받을 만한 이들은 이미 임대사업자 등록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4년 단기임대의 경우 3월까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당시 신규 임대등록건수가 3만50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8배가량 증가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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