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스럽다'라는 사회적 정의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짙은 화장, 긴 생머리, 여자다운 의상을 벗어 던진 이들의 이야기다. '탈(脫) 코르셋' 운동은 여성의 몸이 날씬하게 보이도록 상반신을 꽉 죄는 보정속옷을 말하는 코르셋을 탈피하고 여성의 주체성, 자유를 찾겠다는 의미다.
유튜브나 개인 SNS에는 부러뜨린 립스틱, 잘린 머리카락, 겨드랑이털을 그대로 드러낸 모습을 촬영해 올린 인증글들이 즐비하다. 더이상 '꾸밈 노동'(화장 등으로 치장하는 것)을 하지 않겠다는 것.
사회에서 규정한 '여자다운', '예쁜' 모습에서 벗어나 여성들에게 해당하는 외모적 잣대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의지다. 이는 페미니즘의 연장 선상에서 남성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겠다는 여성들의 자각이 드러났다.
◆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닙니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지난 2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서울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10여 명이 상의를 탈의한 채 시위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 "여자가 더우며 웃통 좀 깔 수 있지", "브라 없는 맨가슴을 꿈꾼다"는 등의 글이 쓰인 피켓을 들고 맨 가슴을 활짝 폈다. 현장의 경찰들은 황급히 이들의 몸을 이불로 가리기 바빴고, 지나가던 시민들도 이 모습을 찍기 바빴다.
사건의 발단은 이 단체가 올린 사진 때문이다. 지난 5월 열린 '월경 페스티벌'에서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은 음란물 이미지에 저항하기 위해 '찌찌해방만세'라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를 페이스북에 올리자 '나체 이미지 또는 성적 행위에 관한 페이스북 규정을 위반했다' 는 이유로 5분 만에 삭제됐다. 계정은 한 달간 사용 정지 처분도 받았다.
하지만 시위 이후 페이스북코리아는 또 삭제했던 해당 콘텐츠를 이날 복원하고, 관련 계정에 적용됐던 차단도 해제했다.
불꽃페미액션은 "페이스북은 여성의 나체는 음란물로 규정하면서 남성의 사진은 삭제하지 않는다. 이런 차별 규정은 없어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 "안경, 남자만 쓰란 법 있나요?"
'탈코르셋' 운동은 일반인들에게만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 아니었다. 여성성을 강요받아 온 대표적인 직업군 중 하나인 아나운서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
임현주 MBC 아나운서는 지난 4월부터 동그란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해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남자 아나운서에게만 허용됐던 안경을 지상파 방송사 여자 아나운서가 착용하여 '암묵적인 금기'를 깼다는 반응이다. 임 아나운서의 '안경사건'은 방송 역사상 거의 최초에 가까운 일이라고 한다.
임 아나운서는 평창 올림픽 컬링 국가대표팀으로 활약한 김은정 선수가 '안경 선배'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지만, 실제로 여성이 회사에서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금기라는 내용의 신문을 보고 '나부터 써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털어놨다.
처음에는 사 놓고도 안경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지 못했다. 고민은 계속됐다. 박경추 아나운서에게 이에 대해 의견을 구하고, 용기를 얻어 시도하게 된 것.
임현주 아나운서는 한겨레 인터뷰를 통해 "아나운서의 본질은 뉴스를 잘 분석하고 신뢰를 주는 것"이라며 "본질이 아닌 것은 조금씩 끊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렌즈와 진한 화장 대신 안경을 쓰고, 화려한 원피스 대신 심플하고 편한 옷을 입게 됐다고 덧붙였다.
임 아나운서 뿐만아니라 강지영 JTBC 아나운서는 SNS에 잘린 머리카락을 올리며 “알 게 뭐야(Who cares)? #두발자유”라는 글로 '탈코르셋' 운동을 지지했다.
권위적인 기업 문화로 알려진 일부 항공사도 복장 규정을 완화했다. 제주항공은 객실승무원 서비스규정을 일부 변경해 승무원들의 안경 착용을 허용했다.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승무원들은 야간 비행 후 눈의 피로, 질병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티웨이 항공은 객실 승무원 헤어 스타일 규정을 폐지했고, 치마 유니폼 외 활동이 편리한 바지도 입을 수 있게 했다.
메이크업 관련 비법을 알려주는 뷰티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바람이 불고 있다.
유튜버 'Daily Room우뇌'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탈 코르셋을 하고 뷰티 유튜브를 내려놓으려고 한다"며 "더 이상 뷰티 영상은 업로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튜버 배리나는 '저는 예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화장을 지우고 안경을 쓴 민낯을 공개했다.
그는 "저는 예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남의 시선 때문에 자신을 혹사하지 마세요. 미디어 속의 이미지와 나를 비교하지 마세요"라고 당부했다.
이어 "화장은 남이 아닌 나를 위해 가꾸는 것으로 생각했고 이 영상을 찍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내 삶에 여자라는 이유로 불편하게 해왔던 모든 것을 안 해도 된다. 언젠가 꾸밈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진정한 탈코르셋이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들의 '탈코르셋 운동'을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일례로 피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선크림을 발라왔다. 반면 '탈코르셋' 운동을 지지하는 이들의 시각에서 선크림은 '여자라면 흰 피부'라는 남성들의 인식을 강요받고 사용해왔다는 것.
탈코르셋 운동은 본디 '꾸밈 노동'을 멈추고 타인의 시선에서 완벽하게 해방되기 위한 취지다. 일부 '탈코' 지지자들은 "탈코르셋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으로 강요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또 다른 '코르셋'이 될 수 있다.
불꽃페미액션은 탈코르셋에 대해 "그걸 빌미로 '너는 여성 인권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또 다른 프레임을 만들어 여성을 가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며 "꾸밈 노동이 선택이 되려면 많은 사람이 그 방식을 선택하는 사회일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화장과 긴 머리와 같은 한 가지 특징만을 놓고 여성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거지향적인 발상이다. 남녀를 떠나 진정한 코르셋 벗기기가 될 수 있도록 사회의 논의가 필요하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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