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북미정상회담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머물 숙소로 알려진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의 출입이 통제되기 시작했다.
세인트 리지스 호텔 로비에는 9일 오전 9시(현지시간) 현재 세로 약 4m, 가로 40∼50m의 대형 가림막이 걸렸다.
가림막과 지면까지의 거리는 2m에 불과해 정문에 대놓은 차량을 주변 건물에서 관측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호텔 측은 이에 더해 정문에 설치된 유리문 세 개 중 양쪽 두 개를 폐쇄했다.
남은 한 개의 유리문 주변에는 사람 키 높이의 화분 수십 개가 두 줄로 놓여 호텔로 들어서는 사람의 모습을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했다.
이런 화분들은 호텔앞 인도에서 로비를 넘겨볼 수 없도록 국기게양대와 주변에도 배치됐다.
정문 옆에는 어제까지는 없었던 엑스레이 검색대가 새로 설치됐고, 한편에는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엑스레이 검색 장비가 놓여 있었다.
호텔 직원들은 "여기는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구역이다. 투숙객이 아니면 당장 나가라"며 취재진을 쫓아냈다.
호텔 앞 도로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는 철제 펜스가 쳐지고 호텔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 두 명이 차량 정차를 막았다. 호텔 옆 도로는 콘크리트 블록으로 통행을 차단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호텔 내부의 분위기도 차츰 바뀌고 있다.
이날 아침 연합뉴스 기자를 만난 싱가포르 주민 리아나(45·여)씨는 "가족이 불러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왔는데 평소와 아무 것도 다른 것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직후 이 호텔에선 경찰관 수 명이 무리 지어 로비로 들어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호텔 로비에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로 보이는 붉은색 꽃장식이 놓이기도 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숙소로 각각 알려진 샹그릴라 호텔과 세인트 리지스 호텔이 있는 시내 탕린 권역을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하고 보안태세를 강화해 왔다.
샹그릴라 호텔 밸리윙에는 이달 4일부터 15일까지 주차장을 폐쇄하며 남겨진 차량은 경찰에 견인될 것이라는 내용의 알림이 붙었다.
이 호텔 본관 3층에선 미국 정부 당국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수용인원 1천명의 가장 큰 연회장인 아일랜드 볼룸 주변에선 휴대용 금속탐지기로 드나드는 사람들을 검색하는 모습도 보였다.
호텔 타워윙 앞 주차장에선 인부들이 행사용 가건물로 보이는 금속 구조물을 설치 중이었다.
호텔 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 준비와 관련이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건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0일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와 창이국제공항을 통해 각각 싱가포르에 입국한 뒤 개별적으로 회담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10시)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회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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