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전국 최다…내년까지 입주 쓰나미
통상 재건축·재개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일반분양분이 넉넉하면 자기 돈 들이지 않고 새 아파트를 얻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지역 산업기반이 무너진 경남 창원에선 예외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지만 지금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일반분양분이 팔리지 않아 조합원 분담금이 폭등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주를 앞두고 있거나 일부 이주까지 한 단지들이 대거 재건축을 중단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업을 중단한 단지들도 피해가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사업비 이주비 등으로 투입한 돈에 대한 이자가 계속 쌓이는 까닭이다.
◆“재건축·재개발 때문에 망한다”
창원은 집값이 2년째 곤두박질 치면서 그간 사업에 속도를 내던 재건축·재개발조합들이 비상상황이다. 일반분양이 부진해 입주 후까지 미분양 해소가 안 될 경우 조합청산 때 추가분담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조합원의 분양가가 일반분양가보다 높아질 수도 있다. 황금알을 낳는다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독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최근 창원시 도시개발사업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봄 일반분양한 재개발 단지 두 곳의 미분양이 심각한 수준이다. 회원1구역(롯데캐슬프리미어)은 일반분양분 545가구 가운데 507가구가 미분양이다. 뒤이어 분양한 회원3구역(e편한세상창원파크센트럴) 역시 856가구 가운데 767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준공 후까지 미분양 물량이 대량으로 쌓여 있다면 조합원 손해가 막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일대 부동산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건설사에선 초기 분양률이 40%라고 밝혔지만 실제 수치는 10%에도 미달해 조합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일부 조합은 일반분양분의 80%가량이 판매될 때까지 조합원 물건을 중개업소에 내놓지 않을 것을 조합원들에게 당부했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조합원들에게 지위 양도 금지를 독려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현지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추가분담금이 무서워서 누가 조합원 물건을 받겠느냐”면서 “일반분양을 받았다면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당분간 고생을 하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조합원 물건은 손해를 얼마나 볼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일반분양을 하지 않은 조합들은 진퇴양난이다. 일반분양을 미룬다고 해서 당장 시장 상황이 나아지리란 보장이 없는 데다 사업이 지연된다면 그동안의 금융비용 등 사업비를 모두 조합이 부담해야 해서다. 창원에서 조합설립을 마쳐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본궤도에 오른 곳은 모두 23개다. 이 가운데 ‘마지막 단추’로 통하는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받은 곳은 8곳이다. 대원3구역(현대·SK·한화건설)과 양덕4구역(동원개발)은 최근 이주를 시작했다. 회원2구역(대림산업·두산건설)과 양덕동2구역(롯데건설), 교방1구역(대우·쌍용건설) 등은 일반분양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한 단지는 이주까지 마치고도 일반분양을 무기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울며 겨자먹기로 하반기 일반분양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일부 이주까지 마친 곳들은 분양을 미뤄본들 조합 손해만 커지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일반분양을 하겠지만 결과는 안 좋을 것”이라면서 “고난의 행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설계 변경을 이유로 분양을 미루려는 곳도 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분양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가 나오다 보니 아예 설계변경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는 곳도 있다”면서 “경미한 설계변경에 그치지 않고 중요변경이 될 경우 인허가를 다시 받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대량 현금청산 사태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고 귀띔했다.
건설사들의 이전투구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최병일 참다운공인 대표는 “시장이 워낙 안 좋다보니 건설사들이 외부 수요를 끌어오는 마케팅을 펼치기보단 경쟁 단지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있는 계약자를 빼앗아가는 데 혈안이 됐다”면서 “다른 단지의 정당계약 기간에 맞춰 ‘방해 분양’을 하는 통에 서로 좋지 않은 결과만 남겼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차라리 청약위축지역으로 지정되길 원하고 있다. 청약위축지역으로 지정되면 1순위 청약자격이 청약통장 가입 후 1개월(비수도권)로 완화되고 지역 거주자 우선 청약 요건이 폐지돼 전국 모든 지역의 거주자가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다. 민간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없는 데다 세제 조치도 완화된다. 청약위축지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최근 6개월 동안 월평균 주택가격이 1.0%이상 하락해야한다. 이런 곳에서 △주택거래량이 3개월 연속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 감소하거나 △최근 3개월 평균 미분양 주택수가 전년 동기대비 2배 이상이거나 △시·도별 주택보급률 또는 자가주택비율이 전국 평균 이상일 때 지정된다. 창원은 이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바로 지정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청약위축지역 지정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량적 요건 외에 정성적 요인을 반영해 결정한다.
◆끝 모르는 하락 행진
창원 마산회원구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일대에선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새 아파트 효과마저 사라지고 있다. 다음 달 입주를 앞둔 ‘창원롯데캐슬더퍼스트’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지난달 말 3억2445만원에 손바뀜해 분양가 대비 1000만원 정도 내렸다. 최상층을 제외한 비슷한 층의 다른 매물도 분양가보다 1000만원 정도 낮게 거래되는 중이다. 인근 ‘창원메트로시티석전’ 전용 59㎡ 15층 분양권은 최근 2억62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분양가와 같은 가격이다. 현지 C공인 관계자는 “새 아파트들은 분양 직후만 해도 3000만원까지 웃돈이 붙어 팔렸지만 그동안 시장 분위가 급변한 탓에 프리미엄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준공연차가 쌓인 아파트들의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양덕동 ‘메트로시티1단지’ 전용 124㎡는 2월만 해도 시세가 5억원 안팎이었지만 3월엔 4억70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지난달엔 4억6300만원에 거래돼 3개월 동안 5000만원가량 하락했다. 마산합포구에선 신포동 ‘마산만아이파크’ 전용 84㎡가 지난 연말 대비 2000만~3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진해구 장천동 ‘진해장천대동다숲’ 전용 84㎡ 역시 연초보다 3000만~5000만원 낮은 2억500만원에 최근 거래됐다.
창원은 한때 “집값으론 서울 강남 다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표적인 지방 부촌으로 통했다. 하지만 그런 평가는 쏙 들어간 지 오래다. 진해구가 산업위기특별대응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조선과 기계공업 등 산업단지 위축으로 부동산에 몰리던 돈이 빠져나가서다. 2015년 말부터 본격화된 집값 하락세는 2016년 -3.66%, 2017년 -9.27%로 점점 커졌다. 올해 들어서도 4.51% 떨어져 전국 대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감정원 주간조사에서 2년 2개월째 한 차례도 반등하지 못하고 내렸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공급이 크게 몰린 게 집값 하락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창원 전역에서 1만5429가구가 입주한 데 이어 올해는 1만3415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내년에도 1만607가구 입주할 예정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승인만 받아두고 아직 착공하지 않은 아파트도 10개 단지 6808가구나 된다. 만만치 않은 물량이 쏟아지다 보니 미분양은 쌓이는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창원 시내 미분양 아파트는 4월 말 기준 6894가구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고다. 4300여 가구의 ‘마산월영사랑으로부영’을 제외하더라도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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