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홍콩의 여름, 더울 틈이 없네

입력 2018-06-10 15:40  

118층 수영장서 물놀이 하고, 하버뷰 즐기며 칵테일 한 잔…

홍콩 즐기는 세 가지 방법
'전지현 수영장'에서 하루 종일 뒹굴뒹굴
450개 브랜드 갖춘 하버시티는 쇼핑 천국
딤섬은 기본 … 美·日 유명 아이스크림 꿀맛




홍콩의 여름은 덥지만 영리한 여행자는 홍콩의 여름을 시원하고 보송보송하게 즐긴다. 기후가 변해서가 아니라 여행의 방식이 변해서다. 에어컨을 세차게 켠 몰(mall)을 누비고,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내려다보며 호텔에서 수영을 즐기고, 흡사 유럽에 온 듯한 느낌의 해변에서 낭만을 만끽하고, 멋진 바에서 살짝 오른 취기에 몽롱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더울 겨를은 없다. 동서양의 문화, 클래식과 모던함, 복잡한 도심과 아름다운 자연, 심지어 뜨겁고 차가운 공기마저 조화로운 지점으로 수렴되는 홍콩, 매혹당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홍콩의 여름을 즐기는 세 가지 방법.

글=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사진=홍콩관광청 제공

1. 루프톱과 바에서 즐기는 홍콩

도시의 여름 풍경, 그 화룡점정은 루프톱이다. 홍콩은 비슷한 규모의 도시 중 가장 많은 루프톱 수영장을 품고 있는데 이는 도시를 사랑하는 여행자들에게 커다란 축복이다. 홍콩의 수많은 호텔 수영장 중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곳인 리츠칼튼 홍콩 118층 ‘천상의 수영장’과 지난해 문을 열어 핫 플레이스로 등극한 케리호텔은 여러모로 이색적이다. 호텔 4층에 마련된 야외 풀에서 보이는 뷰가 아름다운데 바다 건너 홍콩 도심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인피니티 풀에 몸을 담그면 시선이 바다의 수평선에 닿아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바다를 경계로 홍콩 도심의 열기와 대비되는 수영장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공기는 비현실처럼 느껴진다.

전지현 수영장으로 유명해진 구룡 하버그랜드 호텔은 빅토리아 하버의 풍경을 바라보며 실외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큰 강점,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시간대별로 다르게 아름답다. 자쿠지에 몸을 담그거나, 풀 사이드바에서 칵테일과 간단한 스낵으로 허기를 달래거나, 선베드에 누워 시시각각 변주하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다.

같은 물놀이라도 호텔이 아닌 자연에서 즐기고 싶다면 해변으로 가면 된다. 한 시간 내의 거리에 유럽의 호젓한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이 드는 해변이 여럿 있다. 뛰어난 접근성과 깨끗한 환경을 자랑하는 해변 중 단연 아름다운 곳은 리펄스베이와 디스터버리 베이다. 리펄스 베이는 낙원, 디스커버리베이는 이상향 같은 느낌으로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뜨겁고 시원한 낮을 보냈다면 찬란한 밤을 뜨겁게 보낼 차례다. 홍콩의 나이트 라이프는 화려하고 개방적이다. 란콰이퐁 같은 관광객 밀집 지역은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바와 클럽, 라운지가 즐비하고 치안도 안전하다. 최근에는 호텔의 루프톱 라운지가 주목받고 있는데 분위기, 음료 수준, 서비스 모두 완벽한 수준을 보여준다.

시원하게 펼쳐진 하버뷰의 풍광을 즐기며 칵테일과 샴페인을 손에 들고 있는 순간, 도시인이 꿈꾸던 가장 이상적인 휴가를 즐기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은 벅차고 기특하다. 이제, 홍콩의 여름이 덥다는 이유로 휴가 리스트에 넣을까 뺄까를 고민하는 친구에게 말하자. “너 옛날 사람 같아.”

2. 쇼핑몰에서 즐기는 행복한 여행

홍콩의 여름 여행은 몰링으로 시작한다. 몰은 마치 ‘자본주의가 만든 바다’와 같아서 단순한 쇼핑뿐만 아니라 미식, 엔터테인먼트, 관광명소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몰에는 우기가 없고 태풍도 불지 않는다. 날씨 때문에 귀한 여름휴가를 망칠까 봐 조바심낼 필요가 없다.

최근 홍콩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몰은 엘리먼츠다.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한적하고 여유로운 쇼핑이 가능하다. 더위를 잊고 즐길 수 있는 아이스링크와 홍콩에서 가장 큰 규모 극장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엘리먼츠의 그랜드 시네마는 1600여 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상영관을 보유한 세계적 규모로, 인프라 소닉 사운드 시스템을 갖춰 생동감 넘치는 관람이 가능하다. 홍콩 최초로 자동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아이스링크도 인상적이다. 입장료가 따로 없고 스케이트를 타는 만큼 분 단위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홍콩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하버시티도 ‘글로벌 몰링족’이라면 꼭 들러 봐야 하는 곳이다. 무려 450여 개의 브랜드, 60여 개의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는 하버시티를 제대로 둘러보는 데는 이틀도 부족하다. 지난 5월8일 새롭게 문을 연 오션 덱은 이번 여름 홍콩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관광지다. 일몰을 270도 파노라믹 뷰로 감상할 수 있다.

IFC몰은 홍콩 여행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들러 봤을 친숙한 명소다. 교통의 중심지에 위치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여행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88층짜리 two IFC 건물 55층에 올라가 보자. 홍콩의 역사가 담긴 화폐박물관과 환상적인 전망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지하에 있는 슈퍼마켓은 세상 모든 식재료를 파는 미식가들의 쇼핑 명소다. L4층 넓은 테라스에 올라가면 멋진 야경을 바라보며 분위기 있는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다.

3. 더위가 날아가는 미식의 천국 홍콩

인파로 북적이는 대형몰에는 홍콩의 유명한 맛집들이 분점을 내며 진출해 있다. 다 맛보자면 소처럼 위가 많았으면 좋겠지만, 시간과 소화력이 한정돼 있으니 메뉴 선택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 홍콩 식도락 여행의 시작은 완탕과 콘지, 딤섬이다. 여행지를 대표하는 음식들을 섭렵했다면 그다음은 프렌치 레스토랑, 고급 중식당으로 범위를 넓혀보자. 미쉐린 별을 받은 레스토랑은 일찍 예약하는 것이 필수다.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면 가장 비싼 호텔의 대표 레스토랑이 답이다. 가격은 비싸지만 실패할 확률도 그만큼 줄어든다.


카페 탐방과 디저트 섭렵은 여행의 또 다른 묘미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선사하는 이 두 여정은 여행의 목적이 될 정도로 중요해졌다. 돈이 많이 도는 홍콩 같은 도시에는 값진 물건이 모여들기 마련, 특별한 커피를 찾는다면 홍콩이 답이다. 최근 홍콩의 젊은 부자들은 값비싸고 희귀한 스페셜티 커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홍콩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커피 전문점이 존재하는데 생두 선택부터 로스팅, 바리스타의 추출 스킬 모두 최고의 수준을 경험할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의 선두주자인 더 커피 아카데믹스(the coffee academics)와 작은 규모지만 실력과 근기를 모두 갖춘 바리스타 던 첸의 앰버 커피 브루어리(amber coffee brewery)는 커피 마니아들의 성지이니 꼭 가보자.

홍콩에서 아이스크림은 불가결한 존재다. 더운 여름, 달고 찬 아이스크림 한 입이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으니. 미국의 에맥 앤 브리올리스, 일본의 아이크레메리아 등 다양한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홍콩에 진출해 있고 홍콩을 베이스로 한 신생 브랜드들도 많아 아이스크림 가게만 순례하는 여행이 가능할 정도다. 대부분 브랜드에서 내는 아이스크림은 조형적으로 아름다운 모양새라 눈과 입이 모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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