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 - 부산·울산·경남
앞서가는 민주당 후보들
오거돈·송철호·김경수
힘있는 여당후보론 앞세워
"지역경제 살리겠다" 합창
뒤집기 노리는 한국당 후보들
서병수·김기현·김태호
"한국당 반성하고 있다"
행정·정책 연속성 등 강조
[ 박종필/임락근/김태현/하인식/김해연 기자 ] 자유한국당의 절대적 지지 기반인 ‘부산·울산·경남 벨트’가 요동치고 있다. ‘부·울·경’ 시장과 도시자 후보들이 모두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국당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당이 현재의 여론조사 판세를 뒤집지 못하면 부·울·경은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 도입 후 처음으로 민주당 출신 시·도지사를 맞는다.
민주당은 영남에서 사실상 일당 장기 집권해온 한국당을 겨냥해 “지방권력을 교체하자”는 심판론을 내세워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한국당은 “행정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한국당 후보들은 여당 소속이 아니라 ‘기호 2번’을 가슴에 달고 난생처음 강력한 맞수를 상대하고 있다.
◆김경수의 ‘힘’ vs 김태호의 ‘노련미’
경남은 지역 정가뿐 아니라 중앙당 차원에서도 양당이 가장 공을 들이는 최대 격전지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김경수 민주당 후보는 지난 9일 김해·양산 유세 현장에서 “정부와 대통령의 지원이 없으면 경남 경제는 못 살린다”며 “자기 당 대표와도 의견이 맞지 않는 김태호 후보보다 문재인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모셔온 제가 더 잘할 수 있다”며 ‘힘있는 여당후보론’을 내세웠다. 양산에서 만난 양모씨(40)는 “드루킹 사건으로 시끄럽지만 그가 부당한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김 후보를 두둔했다.
반면 김태호 한국당 후보는 노련미를 앞세우고 있다. 비록 열세지만 경남지사를 한 차례 했고 정치 입문 후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 ‘선거의 귀재’로 통한다는 점을 적극 앞세우고 있다. 김 후보는 “경남 경제가 이리 어려운데 특검 조사를 받으러 가야 하는 사람이 도지사가 되면 일은 누가 하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창원 상남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60대 이모씨는 “막말을 많이 하는 홍(준표) 대표는 마음에 안 들지만 김태호 후보는 믿음직스럽다”고 했다.
경남에서 만난 도민들은 이번 도지사 선거 최대 이슈로 ‘일자리’를 꼽았다. 한때 호황을 구가했던 창원, 거제, 통영 등지는 주력 산업인 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며 지난달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됐다. 창원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씨(73)는 “최저임금 인상의 원흉인 민주당에는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대통령 오른팔인 김경수 후보가 도지사가 되면 경남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산, ‘지방권력 교체’ vs ‘보수층 결집’
한국당은 막판 보수 지지층 결집으로 부산에서 ‘뒤집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서 후보는 10일 부산 벡스코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한국당이 총선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한국당이 반성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알아달라.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 견제를 위해 꼭 투표장에 나와달라”고 호소했다. 남구 대연동에 사는 신동원 씨(65·의사)는 “서 후보가 안정감 있게 큰 과오 없이 시장을 수행한 만큼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청 소속 한 공무원은 “서 후보가 밀리고는 있지만 보수가 결집하면서 막판 뒤집기도 가능하다”며 “결국 5~10% 정도의 부동층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오 후보는 ‘지방정부 교체론’과 ‘힘있는 여당후보론’을 동시에 내세웠다. 오 후보는 10일 부산어린이대공원 앞에서 기자와 만나 “민주당이 그동안 부산에서 구의원 한 명 배출하지 못했다”며 “특정 정당(한국당)이 장악했던 부산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 대통령의 평화 기조에 화답하기 위해서라도 제가 당선돼야 한다”고 했다. 부산 부전동에 거주하는 홍왕곤 씨(67·사업가)는 “힘있는 여당의 지원을 받아 가덕신공항, 부산북항 재개발을 완성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오 후보를 추켜세웠다.
◆송철호 ‘굳히기’ vs 김기현 ‘뒤집기’
김기현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는 이날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송철호 민주당 후보가 지분을 투자한 울산의 기업 중 하나가 광주로 이전했다”며 지역정서를 자극했다. 송 후보가 울산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는커녕 다른 지역으로의 일자리 유출을 방조했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송철호 민주당 후보 측은 그간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울산에서 치러진 크고 작은 선거에 8번이나 낙선한 경험이 있어서다. 송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울산의 한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는 김만수 씨(35)는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가고 있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중구 성남동 재래시장에서 횟집을 하는 서모씨(50)는 “나도 지금까지 한국당 후보만 20년 넘게 찍었는데 이제는 울산도 한번쯤 바꿀 때가 됐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반면 직장인 김미자 씨(30)는 “지난 1일 실시된 지역 TV토론회에서 송 후보가 울산시 1년 예산도 제대로 답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실망감을 표현했다.
박종필/임락근/부산=김태현/울산=하인식/창원=김해연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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