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악재 돌출에 與도 野도 '전전긍긍'
'진실 공방' 가열되는 경기
'9개월 밀회' 주장한 김영환
"거짓말 후보의 도덕성 문제"
이재명 "분명히 사실 아니다"
'인천 비하 발언' 거센 후폭풍
정태옥 "이혼하면 부천으로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간다"
유정복 "정태옥 의원직 사퇴하라"
김문수·안철수, 단일화 무산
김문수 "安 찍으면 박원순 된다"
안철수 "金, 朴 당선 위해 출마"
[ 박재원 기자 ]
6·13 지방선거를 3일 앞둔 10일 막판 돌발 악재가 수도권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둘러싼 난타전 속에 자유한국당 대변인인 정태옥 의원의 ‘인천·부천 비하’ 발언이 대형 후폭풍을 낳고 있다. 김문수 한국당·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간 ‘단일화 카드’가 무산된 서울시장 선거는 후보들 간 상호 비방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부망천’ 태풍의 눈 되나
한국당은 지난 7일 정 의원의 인천·부천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대변인직 사퇴 등 조기 수습에 나섰지만 파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정복 한국당 인천시장 후보는 물론 홍준표 대표까지 나서 ‘선긋기’에 나섰지만 자칫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한국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의원은 7일 저녁 한 방송에 출연해 수도권 판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지방에서 생활이 어려워서 올 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은 서울로 온다”며 “그런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지만, 지방을 떠나야 될 사람들이 인천으로 오기 때문에 실업률, 가계부채, 자살률 이런 것들이 꼴찌”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데 잘 살다가 이혼 한번 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나 이런 쪽으로 간다”고 문제성 발언을 했다. 이후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유 후보는 “정 의원의 발언이 인천시민에게 매우 모욕적”이라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홍 대표 역시 “경박한 잘못된 발언을 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결국 정 의원은 10일 당내 윤리위원회 소집에 앞서 탈당계를 내고 자진 탈당했다. 한국당의 적극 대처에도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윤관석 최고위원 등 당 소속 인천·부천지역 의원들은 9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인천과 부천시민을 모욕한 한국당은 석고대죄하라”고 날을 세웠다. 문병호 바른미래당 인천시장 후보는 “유정복 후보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며 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전국 이슈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거티브에 올인하는 ‘경기’
경기도에선 ‘여배우 스캔들’ 의혹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가 불을 지핀 이재명 후보와 배우 김부선 씨의 스캔들 의혹 속에 정책 선거는 실종된 지 오래다. 민주당은 장시간 이어지고 있는 진실 공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기혼인 이 후보와 김씨의 교제 사실 여부다. 김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 후보가 김씨와 9개월 밀회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씨의 카카오톡 메시지와 사진 등을 공개하며 “이것은 절대 사생활, 불륜, 치정 이런 게 아니고 국민 앞에 완전히 거짓말하는 후보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라고 공세를 펼쳤다. 김씨는 이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와 만났던 사실을 인정하며, 이 후보가 자신의 마약 전과를 약점으로 활용해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소설가 공지영 씨도 페이스북을 통해 “찾아보니 이 후보는 모든 걸 부인하고, 김(부선) 씨는 허언증 환자에 관종으로 취급받고 있는 분위기였다”며 “이건 아니다 싶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8일 사전투표를 마친 뒤에도 “여기 제 아내도 옆에 있지만, 분명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서울, 범보수 단일화 무산
소문만 무성했던 ‘김문수·안철수’ 단일화는 끝내 무산됐다. 김문수 한국당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단일화 열망을 이루지 못하고 선거를 치르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며 단일화 무산을 공식 선언했다. 사전투표 전까지만 해도 서로 결단을 촉구하며 단일화 여지를 남겼지만 양 진영은 이날부터는 “안철수를 찍으면 박원순이 당선된다(안찍박)” “김문수를 찍으면 박원순이 당선된다(김찍박)” 등 공세를 주고받으며 책임을 상대 진영으로 돌렸다. 김 후보는 안 후보를 겨냥해 “박원순 시장을 7년 전에 만들어낸 산파이자 장본인”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안 후보는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는 이후 합류해서 결국 박 후보 당선을 도와주는 역할밖에 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남은 기간 정치생명을 건 2위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중도 사퇴’ 대신 선거 완주로 가닥을 잡았지만 패자는 상당한 내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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