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年 3회서 4회 인상 전망
유럽銀도 긴축대열 동참 시사
신흥국 펀드서 7주째 자본 유출
아르헨 등 통화가치 급락
금리 올려 '환율방어' 안간힘
[ 추가영 기자 ]
미국 중앙은행(Fed)이 12~13일(현지시간)로 예정된 6월 금리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면서 ‘신흥국 6월 위기설’이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이 빨라지고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가 급락했지만 Fed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10일 보도했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도 1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QE) 중단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긴축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흥국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환율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Fed·ECB 연쇄 긴축 우려
Fed는 6월 금리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연 1.50~1.75%에서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 확률을 거의 100%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3.8%로 2000년 4월 이후 18년 만의 최저였다.
시장의 관심은 6월 금리 인상 여부가 아니라 향후 인상 속도다. 당초 지난 3월까지 포함해 ‘올해 총 3회 인상’ 전망이 유력했지만 ‘4회 인상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
Fed의 보유자산(보유채권) 축소와 감세정책에 따른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 증가도 신흥국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르지트 파텔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어 Fed의 보유자산 축소 계획을 늦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미 국채가 시중의 달러 유동성 대부분을 흡수해 나머지 달러 채권 시장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Fed는 2017년 10월부터 만기가 된 채권에 재투자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보유자산을 축소해왔다.
보유자산을 계속 축소해 올해 10월부터는 국채의 경우 매달 최대 300억달러, 주택저당채권(MBS)은 매달 200억달러까지 재투자를 중단할 예정이다.
ECB도 14일 라트비아에서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QE 중단을 검토한다. ECB가 오는 9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 상승률(1.9%)이 ECB 목표치(2.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CB는 매달 300억유로 규모의 회원국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유로존 경기를 부양하고 있는 것이다. ECB가 QE를 중단하면 유로존 경기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국채 금리가 급등한 이탈리아도 ECB가 QE를 중단하는 데 부정적이다.
◆신흥국 불안 확산
신흥국들은 미국과 유럽의 긴축 움직임과 통화가치 급락에 따라 잇달아 기준금리를 올렸다. 일부 국가는 통화스와프(중앙은행 간 통화교환) 거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하며 ‘긴축발작’(유동성 축소에 따른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시장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데이터에 따르면 신흥국 채권 펀드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19억달러가 빠져나가며 7주일째 순유출이 이어졌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iShare) MSCI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도 지난 7일 1.5% 급락하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34%, 터키 리라화 19%, 브라질 헤알화 18%,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6%, 인도 루피화는 6%가량 가치가 급락했다. 신흥국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아르헨티나는 자금유출과 페소화 가치 급락으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3년간 500억달러를 지원받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터키 인도 등도 환율 방어를 위해 정책 금리를 인상했다.
최근 신흥국 중앙은행 총재가 직접 Fed에 ‘긴축 자제’를 요청할 만큼 신흥국의 불안감이 커졌다. 페리 와르지요 인도네시아중앙은행 총재는 Fed를 겨냥해 “어떤 조치가 다른 나라, 특히 신흥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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