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직후부터 명품 커피머신 '유라' 수입… 삼성·LG도 넘어온 '역발상'"

입력 2018-06-11 15:46   수정 2018-06-11 15:51

유라 커피 머신 독점 수입하는 이운재 HLI 대표
1999년 스타벅스 1호점 보며 역발상 ..상위 1% 마케팅 성공
삼성 LG 네이버 등 대기업에 '오피스 커피 솔루션' 제공




외환위기의 그늘이 채 가시지 않은 1999년. 버블이 꺼진 유통가에는 저가 브랜드와 폭탄 할인 상품들이 넘쳐났다. 이때 대당 수백 만원 넘는 스위스 명품 커피머신 ‘유라(JURA)’를 수입하기 시작한 사람이 있었다. 이운재 HLI 대표(57·사진)다. 역발상의 계기는 단순했다. 당시 무역상사를 거쳐 프랑스 커피머신 회사의 한국법인장이었던 그는 스타벅스가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한국 1호점을 내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프리미엄 커피 시장이 열리는 건 시간문제다’고 확신했다.

생각이 현실이 되기까지 거의 20년이 걸렸다. 사업 초기 연간 200대 정도 팔리던 유라 커피 머신은 지난해 5000대 이상 팔렸다.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 등 대기업은 물론 금융권과 외국계 기업 오피스에서는 대부분 유라 기기를 쓴다. 홈쇼핑에 등장하면 매번 시간 내 매진된다.

최근 서울 역삼동 유라 플래그십 매장 ‘알라카르테’에서 만난 이 대표는 “에스프레소의 개념도 없던 시장에서 명품으로 시작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꽃을 피우고 있다”며 “한국 커피 시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라는 1931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회사다. 1937년부터 커피머신을 생산했고 1990년대부터 전자동 에스프레소 기기를 만들었다. 대당 200만원에서 1400만원대까지의 가격대로 글로벌 프리미엄 커피 머신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상위 1%의 시장부터 공략했다. 백화점 호텔에서 먼저 선보였다. 에피소드도 있었다. “처음 백화점에 납품할 때 정수기인 줄 알고 가격표에 ‘0’이 하나 더 붙은 거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어요.”

외국계 회사들이 먼저 알아봤다. 회사 공용 커피 머신으로 대량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사무실의 커피 통합 솔루션인 OCS(Office Coffee Solution)를 고안했다. 단순히 기기만 수입해 팔아서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HLI의 모든 직원을 바리스타로 교육해 전문 인력으로 키우고, 고객사 건물에 상주하며 커피 기기 등을 통합 관리하도록 했다. 커피 맛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고, 관리해주는 직원까지 파견하니 주문이 몰렸다. 대기업 회장과 임원들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달려오는 단골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GS리테일의 편의점인 GS25와 6개월 여에 걸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최고의 커피 맛을 편의점에서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연구는 대량 발주로 이어졌다. GS25에 1300만원대의 ‘유라 기가X8G’ 모델을 1만대 공급했고 올해 더 추가할 예정이다. 그는 “스타벅스가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 문화를, 네스프레소가 홈카페 문화를 퍼뜨리며 한국 커피 시장이 성장해왔다”며 “커피를 취향대로 선별해 마시는 프리미엄 홈카페 시장은 이제 열리기 시작했고, 유라가 이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라의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이 대표는 새로운 도전도 시작했다. 일본, 유럽 등에서 로스팅을 직접 배우기도 한 그는 죽전에 로스팅 공장을 세우고 원두 공급에 나섰다. 커피머신을 직접 체험하고 유라 기기로 만든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커피 전문점 ‘알라카르테’ 매장도 역삼동, 분당에 이어 제주까지 확다했다.

이 대표는 “유라는 플랫 화이트(호주에서 개발된 커피로 에스프레소 위에 단단한 우유 폼을 올린 음료)까지 만들어낼 정도의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최적화된 커피 원두를 직접 블렌딩했다”고 말했다. 수입차 서비스센터와 비슷한 개념의 커피머신 AS센터도 구상 중이다. 스위스 유라 본사에서 운영하는 프리미엄 AS센터의 개념을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이다.

글=김보라 기자/사진=김영우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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