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모양·찡그릴 때 주름까지도 표현
갤S9, 100개 이상 얼굴 특징 분석
디즈니 캐릭터·'풋볼 에디션' 등 추가
소비자 반응은 아직까지 '미지근'
[ 이승우 기자 ]
애플과 삼성전자가 사용자의 얼굴과 닮은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기능을 잇달아 선보였다. 애플이 지난해 애니모지를 내놓자 삼성전자가 올해 갤럭시S9에서 AR 이모지를 선보였고 최근 애플이 다시 미모지 기능을 발표하는 등 두 회사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다. 문자나 음성보다 동영상·이미지로 소통하는 비주얼커뮤니케이션 시대에 알맞은 기능으로 고객층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애플 미모지 vs 삼성 AR 이모지
애플은 지난 4일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 iOS12를 발표했다. 애플은 iOS12의 핵심 기능 가운데 하나로 미모지를 소개했다. 사용자의 얼굴 형상을 3차원(3D) 캐릭터로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10주년 기념작 아이폰Ⅹ에서 애니모지 기능을 먼저 선보였다. 이용자가 표정을 지으면 닭, 유니콘, 판다, 똥 같은 동물이나 사물 캐릭터를 이모티콘으로 만들어준다. 이번에 나온 미모지는 동물·사물 대신 사용자의 얼굴과 닮은 아바타 캐릭터를 생성한다. 피부색과 헤어 스타일, 안경 등 얼굴 스타일은 물론 페이스 트래킹 기술을 활용해 근육의 움직임과 웃을 때 입 모양, 찡그릴 때 주름 등 이용자의 고유한 표정까지 잡아낸다는 것이 애플의 설명이다. 애니모지에선 불가능하던 윙크와 혀 내미는 표정도 감지할 수 있게 됐다. 눈의 색깔과 모양, 주근깨, 귀걸이 등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고 헤어스타일도 바꿀 수 있다. 애플은 “애니모지의 가능성을 더 높여 자신만의 애니모지를 만들게 했다”고 설명했다. 미모지 기능은 올가을 iOS12가 배포된 뒤에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애니모지 서비스도 강화했다. 유령, 코알라, 호랑이, 티라노사우루스 등의 캐릭터를 추가했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시넷은 “미모지가 애니모지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넓혀줬다”고 평가했다.
애플의 미모지 기능은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출시한 갤럭시S9 시리즈에서 처음 시도한 AR 이모지와 비슷하다. AR 이모지는 스마트폰이 눈, 코, 입 등 100개 이상의 사용자 얼굴 특징을 분석해 자신과 닮은 AR 캐릭터를 만들고 사용자의 표정을 따라 한다. 키보드와 갤러리 앱에 GIF 파일 형태로 저장해 메시지 앱은 물론 다양한 메신저에서 사용할 수 있다. 미모지와 애니모지가 애플의 메시지 플랫폼 아이메시지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을 감안하면 범용성 측면에선 뛰어난 셈이다.
다만 AR 이모지는 2차원(2D) 사진을 기반으로 사용자 얼굴을 인식하기 때문에 세밀한 표정을 표현하는 데는 애플의 캐릭터 기능보다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애니메이션 스티커 숫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3월 디즈니와 협력하기로 한 뒤 미키마우스, 도널드덕, 인크레더블 등 다양한 캐릭터를 추가했다. 최근에는 월드컵 시즌에 맞춰 AR 이모지 풋볼 에디션도 선보였다.
◆“성능 향상이 과제”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모지 기능을 확대하는 것은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요소가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른 제조사와 차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소통의 방식이 전화나 문자메시지에서 동영상, 사진 등으로 바뀌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지난 2월 갤럭시S9을 공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는 음성보다는 사진과 영상이 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삼성은 갤럭시S9에 적용된 AR 이모지 기능과 초고속 카메라 기능 등을 통해 비주얼커뮤니케이션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 이모지 기능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다. 한두 번 재미로 써본 뒤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상당수다. 한 갤럭시S9 사용자는 “캐릭터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기능이 있다고 자랑한 정도”라며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캐릭터를 써본 적은 손에 꼽는다”고 했다. 아이폰Ⅹ 사용자도 “상대방도 아이폰을 쓰지 않으면 사용이 불편하다”며 “카카오톡 사용이 많다 보니 쓸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샤오미가 발표한 미8(MI8)에도 애니모지와 비슷한 기능을 적용하는 등 다른 스마트폰업체로 확산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이모티콘인데 애니모지는 이모티콘을 차별화할 수 있는 만큼 다른 제조사도 비슷한 기능을 도입할 것”이라며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 성능을 향상하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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