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10조 전국 1위' 인천
제2경인선·2호선 연장 등
후보마다 수십조 개발 공약
與도 野도, 무상복지 '남발'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
"아동수당 10만원 추가지급"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고교도 무상급식" 내걸어
"공약 이행률 역대 최저" 우려
[ 김우섭 기자 ]
6·13 지방선거가 미·북 정상회담과 ‘여배우 스캔들 의혹’ 등에 묻혀 정책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다. 후보마다 수조~수십조원의 대규모 개발과 무상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재원 조달과 소요 비용 등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나 현직 시·도지사도 ‘공약 가계부’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약 이행률이 가장 낮은 선거가 될 수 있다”(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는 우려가 나온다.
◆장밋빛 개발 공약 쏟아져
이번 선거에도 대규모 지역 개발 공약은 빠지지 않았다. 작년 말 부채가 10조1000억원으로 광역자치단체 17곳 중 가장 많은 인천이 대표적이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는 서울 구로역에서 인천역으로 이어지는 제2 경인전철(소요 재원 1조7025억원)과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인천 청라지구 연장(2조6830억원)을 약속했다. 박 후보가 제시한 공약 이행 비용의 총합은 박원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15조1537억원)를 훨씬 웃도는 27조667억원에 달한다. 유정복 자유한국당 인천시장 후보는 경인전철 지하화·경인고속도로 지하화(8714억원), 인천 지하철 3호선 건설(5762억원) 등을 제시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유 후보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인천시는 최근 3년간 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수입액이 부족할 때 정부가 메워 주는 재원)를 매년 4500억원 이상 끌어와 썼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선자가 무리하게 공약을 이행할 경우 인천 이외 지역 거주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지방선거 단골 소재인 신공항 건설 계획도 쏟아졌다. 권영진 한국당 대구시장 후보는 4년 전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했다가 당선 후 이행하지 못한 신공항 건설 계획을 또다시 들고 나왔다. 소요 예산만 9조8615억원이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권 후보의 공약 이행 비용(30조4219억원) 중 16조1475억원을 민자로 유치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민간에서 끌어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오거돈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도 김해공항 확장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6조1000억원)을 동시에 약속했다.
김문수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각종 도로 지하화(5조7000억원)와 지하철 연장·수도권 광역급행철도(25조8375억원) 등에만 시 예산과 국비, 민간자금을 합쳐 30조원 이상을 쏟아붓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서울의 한 해 예산(26조3017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무상복지는 ‘업그레이드’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이슈가 됐던 무상복지 공약은 지원 범위와 액수가 늘어났다. 양승조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는 현재 10만원인 아동수당에 10만원을 추가지급(총 20만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만 18세 청년의 국민연금 9만원을 대신 내주겠다고 약속했다. 4년 동안 588억원이 든다. 경기도에 주소를 둔 만 24세 청년 약 16만6000명에게 1년에 100만원의 청년배당(7164억원)을 지급하는 정책도 제시했다.
진보 진영의 무상복지 정책을 비판했던 한국당도 가세했다. 홍준표 대표가 도지사로 있을 당시 무상급식 논쟁이 벌어졌던 경남에 출마한 김태호 한국당 후보는 관내 초·중·고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었다. 유정복 후보는 무상급식뿐 아니라 무상보험·무상교통·무상교육·무상교복을 포함한 ‘5대 무상특권’이란 공약을 내걸었다.
전문가들은 공약 외 이슈들이 너무 커져 버리면서 이에 대한 검증도 자취를 감췄다고 지적한다. 치밀한 전략 없이 당 정책에 따라 선거 두세 달 전에 출마를 결정한 후보들의 준비가 특히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오중기 경북지사·이춘희 세종시장, 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남경필 경기지사·김태호 경남지사·이인제 충남지사 후보 등은 자신의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 등 최소한의 근거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이 사무총장은 “지난 지방선거도 세월호 사고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결국 생활 밀착형 정책을 잘 제시한 후보가 이겼다”며 “유권자들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공약인지 잘 판단한 뒤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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