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건 '협상이라는 이름의 전쟁'이다

입력 2018-06-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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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 간 정상회담이 오늘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낙관론이 들리지만, 회담 하루 전까지도 의제조율과 공동 합의문을 위한 고위급 실무협상이 현지에서 계속 이어질 정도여서 결과는 예측 불허다.

우리의 관심사는 당연히 이번 회담이 처음 시작한 대로 ‘북한 핵무기 폐기’의 길을 완전하게 확보할 것인지와 이를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정상 국가’로 이행해갈지 여부다. 단독 및 확대 회담으로 이어지는 트럼프-김정은 양자 간 만남으로 큰 줄기와 방향은 바로 가닥이 잡히겠지만, 북한의 무력 위협을 안고 살아온 한국으로서는 과도한 기대도 지나친 비관도 경계의 대상이다.

대북 국제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열리는 싱가포르 회담이 세계적 관심사가 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세계 최강국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불량 국가’로 낙인 찍힌 거의 마지막 공산국가 사이의 첫 정상회담이라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이미 세계의 위험 요인이 됐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실전배치 단계의 북핵은 한반도와 주변 4강국 차원을 넘어선 문제다. 이번 회담에서 평화와 번영의 확고한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바람도 그래서 컸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과 북한의 지도부가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도 그것이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택함으로써 경제 발전을 이루고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이 되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평화협정, 미국과의 수교 등을 포함해 그들이 원하는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체제보장)’를 도모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의 주요한 역할도 여기에 있다. 이제 대화 자체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에서 벗어나 분명하고 냉철한 충고로 북한이 제대로 변하도록 유도해내는 게 중요하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협상’ 혹은 ‘회담’이라는 이름하에 대화가 오가고 있지만 이면에는 사실상 치열한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우아한 합의서 한 장이나 몇 마디 근사한 성명으로 단박에 다 끝날 전쟁이라고 본다면 성급한 기대다. 남북한 관계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수십 년 역사가 보여준다. 물밑 아래 사정도 보고, 중국 일본 등의 이해관계도 정확히 파악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절실하지만,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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