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심사는 당연히 이번 회담이 처음 시작한 대로 ‘북한 핵무기 폐기’의 길을 완전하게 확보할 것인지와 이를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정상 국가’로 이행해갈지 여부다. 단독 및 확대 회담으로 이어지는 트럼프-김정은 양자 간 만남으로 큰 줄기와 방향은 바로 가닥이 잡히겠지만, 북한의 무력 위협을 안고 살아온 한국으로서는 과도한 기대도 지나친 비관도 경계의 대상이다.
대북 국제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열리는 싱가포르 회담이 세계적 관심사가 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세계 최강국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불량 국가’로 낙인 찍힌 거의 마지막 공산국가 사이의 첫 정상회담이라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이미 세계의 위험 요인이 됐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실전배치 단계의 북핵은 한반도와 주변 4강국 차원을 넘어선 문제다. 이번 회담에서 평화와 번영의 확고한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바람도 그래서 컸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과 북한의 지도부가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도 그것이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택함으로써 경제 발전을 이루고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이 되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평화협정, 미국과의 수교 등을 포함해 그들이 원하는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체제보장)’를 도모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의 주요한 역할도 여기에 있다. 이제 대화 자체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에서 벗어나 분명하고 냉철한 충고로 북한이 제대로 변하도록 유도해내는 게 중요하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협상’ 혹은 ‘회담’이라는 이름하에 대화가 오가고 있지만 이면에는 사실상 치열한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우아한 합의서 한 장이나 몇 마디 근사한 성명으로 단박에 다 끝날 전쟁이라고 본다면 성급한 기대다. 남북한 관계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수십 년 역사가 보여준다. 물밑 아래 사정도 보고, 중국 일본 등의 이해관계도 정확히 파악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절실하지만,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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