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회담 '당일치기'로
45분 단독회담 이어 4대4 확대회담으로 진행
美 폴리티코 "낮은 수준의 공동합의문 나올 수도"
트럼프, 기자회견 후 현지시간 오후 8시 미국行
[ 박수진 기자 ] 역사적인 첫 미·북 정상회담은 12일 하루에 모든 일정이 마무리된다. 두 시간 남짓한 단독회담과 확대 정상회담에 이어 업무오찬으로 순으로 진행된다. 비핵화 수위와 일정 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담판을 통해 정해질 전망이다.
4 대 4대로 이뤄질 확대회담의 미국 측 배석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될 전망이다. 북한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이용호 외무상,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회담 전망에 대해 낙관과 비관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둘 수 없을 만큼의 혼란스러운 양상”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와도 놀라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미·북 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1일 싱가포르 메리어트호텔에서 브리핑을 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오늘 논의한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겠다”면서도 “미국은 이전에 제공했던 것과 다르고, 독특한 방식으로 한국에 안보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은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문제가 의제에서 빠진다고 가정하지는 말라”고 덧붙였다.
마지막까지 이어진 실무협상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흥미로운 회담을 앞두고 있으며 회담은 잘될 것”이라며 “아주 흥분된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캐나다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단 한 번의 기회”라며 “(진지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김정은을 압박하던 데 비해 훨씬 긍정적인 메시지다.
그러나 실무진은 마지막 날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미국 측 협상총괄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아침 실무협상단을 이끄는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조찬 후 트위터에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에 전념하고 있다”고 썼다.
미·북 실무협상단은 오전 접촉에 이어 오후에도 회의를 이어갔다. 마지막 날까지 협상이 계속되자 공동합의문 채택이 불발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비핵화 검증이 중요”
미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낮은 수준’의 공동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을 점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초 싱가포르 정상회담 제안을 받아들인 직후에만 해도 CVID를 내세우며 ‘빅뱅’ ‘원샷’ ‘일괄타결’ 등을 장담했다. 그러나 최근엔 ‘상견례’ ‘과정의 시작’ 등으로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크게 낮추고 있다. 북한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비핵화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고 기대 수준을 미리 낮추고 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쇼’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4년간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리 기대 수준을 낮추는 손질을 했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완전한 비핵화(CVID)와 완전한 체제보장(CVIG) 간 합의는 이미 6월 초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특사로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끝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12일 오후에 윤곽 드러날 듯
외교가에서는 이미 합의돼 있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의 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회담장 현장에서 파격적인 합의가 나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비핵화 일정에 대한 논의는 정상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일정과 그에 상응하는 체제보장안만 합의된다면 예상외로 ‘판’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데릴 킴볼 미 군축협회(ACA) 사무국장은 트위터에서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구체적인 행동 대 행동을 위한 디테일과 일정표에 이르는 전문가 수준의 협상 틀에 합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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