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중이던 1814년, 친구 이재의가 영암군수인 아들을 위해 목민관의 자세에 관한 글을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다산은 일곱 개 항목에 걸쳐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주는 글(爲靈巖郡守李鍾英贈言)’을 지어줬다. 첫 대목에 쓴 고사성어가 ‘육자염결(六字廉訣)’이다.
중국 소현령(蕭縣令)이 부구옹(浮丘翁)에게 고을을 잘 다스리는 법을 묻자 부구옹이 ‘육자비결’을 알려줬다. 먼저 청렴할 염(廉)자 세 개를 주며 재물·여색·직위에 적용하라고 했다. 나머지 글자를 물었더니 또 ‘염·염·염’이었다. 청렴해야 공직생활이 투명하고, 위엄이 있어 백성이 따르며, 강직해서 상관이 가벼이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산은 이어 윗사람과 아랫사람 대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상관의 위협과 아전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자리와 월급에 연연하지 말라.” 사심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또한 청렴과 직결된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공정형벌이다. “백성에게 해를 끼친 민사(民事)는 가장 엄한 상형(上刑), 나랏일에 소홀한 공사(公事)는 중형(重刑), 고을 일에 게으른 관사(官事)는 하형(下刑)으로 처벌하되 목민관의 사적 업무를 서투르게 처리한 사사(私事)는 무형(無刑)으로 다스리라.” 예나 지금이나 공사 구분이 뚜렷해야 기강이 선다. 못난 수령들은 반대로 한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아전 통솔법이다. 토착 세력에 농락 당하지 않으려면 사정을 면밀히 파악하고 현장 확인 후 검증 결과를 대조하는 등의 업무 시스템을 확립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은 재정 운용이다. “없는 것을 퍼주겠다는 허세보다 (백성에게) 빼앗지 않는 것이 낫다. 반드시 수입을 헤아려 지출하라.”
다산은 ‘7계명’ 외에 이종영이 함경도로 옮겨갈 때 ‘목민관이 두려워해야 할 네 가지’도 일깨워줬다. “아래로는 백성, 위로는 감찰기관, 그 위로는 조정, 더 위로는 하늘을 두려워해야 하는데 대개 감찰기관과 조정만 무서워할 뿐 백성과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산의 《목민심서》 72조항 역시 ‘공렴(公廉·공정과 청렴)’이라는 두 글자로 압축된다. 그가 공직에 나섰을 때도 ‘공정과 청렴으로 정성을 다하겠다(公廉願效誠)’는 시구로 출사표를 던졌다. 200년 전 그의 가르침은 6월 13일 선거에서 뽑힐 당선자 4028명의 공직 지침이자, 투표장으로 향하는 유권자 4290여만 명의 선택 기준이기도 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