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정상화·평화체제 등 4개항 합의
트럼프 "완전한 비핵화까진 오래 걸려"
김정은 "세상은 중대 변화 보게 될 것"
[ 박수진/주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했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68년간 이어진 적대관계 종식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늠할 핵심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합의라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끝낸 뒤 가진 단독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부적절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도발적”이라며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한미군 감축은 지금은 논의에서 빠져 있지만 미래 협상을 봐야 한다”고 했다.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해선 “(김정은이) 북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약속했다”며 “미국과 국제사회가 많은 인력을 투입해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북 체제 보장의 일환으로 조만간 종전 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제재에 대해선 “비핵화가 진행돼 더 이상 위험이 없을 때 풀 것”이라며 “미·북 수교도 가능한 한 빨리 하길 원하나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해 후속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앞서 미·북 공동합의문 서명식에선 ‘김정은을 백악관에 초청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틀림없다(그렇게 할 것이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이날 카펠라호텔에서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을 한 뒤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미·북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 등 ‘비핵화와 체제 보장’에 관한 미·북 간 원론적 합의가 담겼다. 당초 기대됐던 CVID나 비핵화 시간표와 대상 등은 빠졌다. AFP통신은 공동합의문에 대해 “북한이 모호한 약속을 되풀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북한 비핵화 절차가 매우 빨리 시작될 것”이라며 “(협상 결과도) 기대 이상이었고 환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정상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지만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다. 서명식에선 “세상은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두 정상의 말만 놓고 보면 회담이 굉장히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합의 내용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많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10시께(한국시간)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12초간 ‘세기의 악수’를 했다. 이어 약 35분간 단독 정상회담, 100분간 참모까지 참석한 확대 정상회담, 1시간가량의 오찬 회담을 했다. 카펠라호텔 경내를 거닐며 ‘산책 회담’을 한 뒤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 기자회견 후 오후 7시30분께 귀국길에 올랐다. 김정은은 이날 자정께 에어차이나 항공기로 싱가포르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박수진 특파원/주용석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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