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성의 블로소득] 블록체인에 반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결국 사라질 것

입력 2018-06-13 07:44   수정 2018-06-1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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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 거래소 거쳐 P2P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레일 해킹사건으로 업계가 떠들썩하다. 400억원대에 달하는 해킹 규모에 놀라고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심을 보낼 정도로 많은 뒷말이 오간다. 이러한 논란의 기저에는 거래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블록체인은 높은 보안성과 탈중앙화를 장점으로 한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보안성이 낮고 중앙화된 거래소 시스템에서 매매가 이뤄진다. 게다가 거래 쌍방이 아닌 제3자에게 수수료까지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거래소를 사용할 때 마다 큰 모순을 느끼는 형편이다.

사실 블록체인 이념과 상반되는 지금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잠시 나타난 형태라 할 수 있다.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싶은 이는 많아졌지만 거래 처리속도, 유동성 확보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에 궁여지책으로 데이터베이스(DB) 기반 거래소가 탄생한 것이다.

블록체인은 동일한 거래 원장을 가진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하는 P2P(개인간 거래) 네트워크다. 따라서 블록체인 이념에 부합하려면 제3자를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직접 암호화폐를 매매해야 한다. 블록체인 세상에서 은행, 증권사 등의 금융기관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거래 중개자가 필요 없게 된다.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이러한 변화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현재의 거래소들은 사라질 전망이다. 거래소들도 이를 알고 있다. 따라서 발 빠른 거래소들은 이미 블록체인에 보다 적합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탈중앙화 거래소(DEX)가 그것이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서버가 아닌 블록체인상의 개인 지갑을 기반으로 작동하며 거래를 중개하는 운영 주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이더델타, 아이덱스, 비트셰어 등 일부 탈중앙화 거래소가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거래 처리 속도가 느리고 사용이 불편해 아직 이용자는 많지 않다.

그간 노하우를 쌓아온 기존 거래소들은 한층 개선된 탈중앙화 거래소에 도전하고 있다. 홍콩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자체 블록체인 ‘바이낸스 체인’을 만들고 이에 기반한 탈중앙화 거래소를 만들 계획이다.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탈중앙화 거래소 ‘패러덱스’를 인수했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최근 블록체인 기업 오지스(Ozys) 지분을 확보했다. 오지스는 분산형 거래소 올비트를 개발한 곳이다. 이들 외에도 탈중앙화 거래소를 목표로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기업도 다수 있다.

이들의 기술력이 실사용 가능할 정도까지 진보하면 기존 거래소는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거래소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탈중앙화 거래소의 그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까. 한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이 성장하면 적용되는 산업군이 늘어나고 용도가 확장될 것”이라며 “탈중앙화 거래소 역시 시세차익을 노린 단순 암호화폐 거래에 그치지 않고 대출, 개인 신용,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거래하는 P2P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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