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벌어지는 보편요금제 논의가 국제신용기관의 눈에 포착됐다는 것은 이 제도가 다른 나라에서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보편요금제는 저가요금제를 사용하는 서민이 보편적인 수준의 음성·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요금제’라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다른 요금제도 줄줄이 영향을 받게 돼 사실상 정부가 전체 요금체계를 설계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더구나 입법예고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년마다 보편요금제 기준을 고시한다. 정부의 노골적인 시장개입이요, 요금통제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더 황당한 것은 보편요금제보다 싼 요금제가 시장에 출시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데도 “국회 논의를 지켜보자”며 눈치를 살피는 과기정통부의 태도다. 과기정통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는 5세대(5G) 통신”이라고 강조해왔다. “한·중·일 경쟁이 치열한 만큼 5G 통신에서 표준 및 시장 선점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런 과기정통부가 “통신요금 인하를 시장원리에 맡겨달라”는 업계 호소엔 귀를 막고 있다. 요금 통제로 통신사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가장 먼저 타격받을 건 5G 투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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