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토사 합의'에 파주·고성 부동산 '들썩'

입력 2018-06-13 18:32  

접경지 일대 땅투자 문의 급증
기획부동산 등장 "투자 주의"



[ 양길성 기자 ]
북한과 미국 정상의 역사적인 ‘센토사 합의’ 이후 경기 파주 등 남북한 접경지역의 부동산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 4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직후 나타났던 상승세가 재연되는 분위기다. 일부 땅 주인은 호가를 두 배 넘게 높여 부르거나 추가 상승 기대에 매물을 거두고 있다.

13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파주시 문산읍과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구역) 주변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문산읍 K공인 관계자는 “올초만 해도 3.3㎡당 15만원이던 땅값이 4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25만~30만원으로 올랐다”며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매수 문의가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다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주읍 B공인 관계자는 “매수 문의는 많지만 지난 4월에 시세가 자리를 잡으면서 매수자가 쉽게 진입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땅 주인이 매물을 대거 거둬들인 탓에 거래는 드물고 호가만 오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산역, 운천역, 임진강역 등 경의선 역 주변은 경의선 개량 등 남북 철도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시세가 더 높게 형성됐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역 주변 땅값은 3.3㎡당 35만원까지 호가한다.

일부 지역엔 기획부동산이 활개 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획부동산은 토지를 헐값에 대량으로 매입한 뒤 여러 필지로 쪼개 비싼 가격에 되파는 업자들을 가리킨다. 문산읍 J공인 관계자는 “3.3㎡당 250만원인 파주 땅 330㎡ 정도를 10명이 나눠서 투자하자는 제안의 상담 전화도 받았다”고 했다.

고성에선 민통선 안쪽 땅까지 들썩이고 있다. 현내면 명파리 뉴금강산부동산컨설팅 양정운 대표는 “금강산 관광을 하던 시기에 명호리와 사천리, 제진리 등 민통선 안쪽에 있는 땅이 입지에 따라 최고 3.3㎡당 30만~35만원에 팔렸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탓에 투자 위험도가 높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률 김종률아카데미 대표는 “싸다고 아무 땅이나 사는 건 도박”이라며 “자치단체의 도시기본계획을 잘 살펴 개발이 예정된 토지 위주로 매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파주, 문산 일대는 자연 보호를 위한 규제도 많은 편”이라며 “규제가 언제 풀릴지 모르는데 막연한 기대에 부풀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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