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곳 중 최소 12곳 진보 '승리' … 자사고 폐지·혁신학교 확대 힘 받는다

입력 2018-06-14 00:17  

6·13 국민의 선택 - 교육감 선거

진보교육감 2기 시대 개막

현직 교육감 12명 출마해 최소 10명 재선 성공
보수 후보 앞선 곳 대구와 경북 2곳 뿐
중앙·지방 진보 석권에 견제·균형 실종 우려
무상교육 확대…전교조 논란 재점화 될 듯



[ 구은서/김동윤 기자 ]
13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압승을 거뒀다.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폐지, 혁신학교 확대 등 진보 교육 정책들이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는 교육감까지 진보진영이 석권함으로써 교육 분야에서 견제와 균형이 실종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직 진보교육감의 승리

14일 오전 1시 현재 개표 결과 전체 17개 시·도 가운데 최소 12곳에서 진보 후보들이 보수·중도 성향 후보를 앞섰다. 서울에선 조희연 현 교육감이 박선영 후보를 크게 앞섰고, 경기에서도 이재정 현 교육감이 임해규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섰다. 이 밖에 부산(김석준) 인천(도성훈) 세종(최교진) 등에서도 진보 후보들이 우위를 보였다. 보수 후보가 앞선 곳은 대구·경북·대전 세 곳뿐이었다. 이번 선거에는 총 12명의 현직 교육감이 출마해 최소 10명이 재선에 성공했다.

진보진영은 2010년 처음 치러진 전국 단위 교육감 선거에서 6명이 승리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14년 13명이 당선돼 ‘진보교육감 시대’를 열었고, 이번 선거 승리로 진보교육감 2기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진영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낮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층 비율이 최대 50%에 달한다는 점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외고·자사고 폐지 현실화되나

진보 후보들의 대거 승리로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은 외고·자사고가 고교 입시 경쟁을 부추겨 학교 현장을 황폐화하고 고교 서열화를 심화시킨다고 보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은 선거 기간에 “자사고와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이외 지역의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도 같은 의견을 밝혀왔다.

현행법상 외고·자사고 지정 및 취소는 교육감 혼자 결정할 수 없지만 개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 3항은 외고·자사고 지정·취소 시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조 교육감 등이 교육부 장관의 ‘동의’ 조항을 삭제해 교육감 자율로 외고·자사고 지정·취소가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주장하자 지난해 말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외고·자사고 지정 및 취소 시 교육부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절차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는 확대될 전망이다. 혁신학교는 2009년 경기교육청이 처음 도입한 학교 형태로 학생들이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 운영에 자율성을 준 학교다.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돼 지난 3월 기준 전국 초·중·고교 1340곳이 혁신학교로 운영 중이다. 전국 초·중·고교의 약 11%를 차지한다. 보수 후보들은 학교질서 혼란, 학력저하 등을 문제로 지적하며 혁신학교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반면 진보 후보들은 혁신학교 확대를 주장해왔다.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 ‘재점화’될 수도

새 교육감이 취임하면 전국에서 무상교육 확대 바람도 일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감 당선자 중 상당수가 공약으로 무상교육 확대를 제시해서다. 인천에서는 모든 후보가 공약으로 들고나올 정도로 무상교육 확대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 보편적 이슈로 떠올랐다.

무상교육 대상으로 거론되는 분야도 수업비 지원에서 무상급식, 교복비 지원 등으로 다양하다. 2014년 6·4 교육감 선거에서 학교 무상급식 찬반을 두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후보들이 치열하게 대립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현재 법외노조 상태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전임자 휴직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될 수 있다. 올해 초 전교조는 시·도 지부 27명과 본부 6명 등 모두 33명의 노조 업무 전임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대법원에서 법외노조 처분 관련 재판이 계류 중인 만큼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이를 불허했다. 하지만 10개 시·도교육청은 전임자 휴직을 허용했고 교육부는 이들 교육청에 지난 4월 말까지 전임자 휴직을 취소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10개 교육청 가운데 서울·부산·전남·충남 등 4개 교육청은 교육감 선거가 끝난 뒤 입장을 정하겠다는 뜻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들이 표를 싹쓸이하면서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교육계 인사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은 시민의 투표를 통해 거대 권력을 경계하는 것”이라며 “이번 선거가 그 역할을 다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은서/김동윤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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